방랑시인 김삿갓 2-50 회
방랑시인 김삿갓 2-50 회
무봉은 마을의 안녕질서를 위해 범인을 마땅히 색출해 내야 한다는 주장이었고, 김삿갓은 백락촌을 참다운 지상 낙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도둑놈조차도 감화시켜서 양민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다시 말하면 무봉은,
<마을 안에 도둑놈을 그냥 두어 가지고서는 마을을 어떻게 지상 낙원으로 만들 수 있겠느냐.〉
하는 주장이었고 김삿갓은,
<도둑놈 한 명쯤 개과천선 시킬 능력이 없다면, 그런 지도력을 가지고 어떻게 지상 낙원을 만들 수 있겠느냐.>
하는 주장이었다.
두 사람은 한동안 승강이를 하다가 무봉이 마침내 양보하는 태도로 나오며,
「좋소이다. 그러면 삿갓 선생 말씀대로 범인을 밝혀 내는 것은 보류하기로 합시다. 그 점은 내가 양보를 하지요. 그 대신 마을 사람을 모아 놓고 어떤 훈계를 해야 좋을지, 그 얘기나 좀 들려주시오!」
하고 묻는다.
이 기회에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뚜렷하게 인식시켜 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김삿갓은 가볍게 대답한다.
「별 게 있겠읍니까. 포천 노파의 손실을 향약계금 중에서 보상해 주는 일을 만장일치로 결의하도록 유도하면, 그 일은 그것으로 끝나는 겁니다. 그러나 끝에 가서 다음과 같은 엄포를 꼭 한 마디만 던져 주십시오.
즉,
<나는 이 사건을 포청에 고발하여 범인을 꼭 잡아내고 싶은 생각이 없지도 않아요. 그러나 그렇게 되면 아까운 사람 하나를 영원히 매장시켜 버리는 결과가 되기 때 문에, 포청에는 아무 말도 안하고 본인이 개과 천선해 주기만 바라는 거예요>
하고 말입니다. 그와 같은 못을 박아 두기만 하면, 범인은 양심에 가책이 느껴져서 다시는 그런 짓을 못 하게 될 것입니다.」
무봉은 반신반의하며 묻는다.
「그럴까요?」
「물론 그렇습니다. 그 사람인들 사정이 얼마나 급박했으면 남의 밭에서 파를 훔쳐 갔겠읍니까. 그러나 양심이라는 것이 있으므로, 무봉 선생께서 그와 같은 못을 박아 두기만 하시면 범인은 도둑질을 다시는 안할겁니다.」
「선생 말씀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소이까. 그러나 도둑놈이 선생 말씀처럼 쉽게 회개를 해줄까요?」
「도둑놈의 종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나 자신도 사흘쯤 굶으면 도둑놈이 안될 수가 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범인을 색출하여 매장시켜 버릴 생각은 아예 하지 마시고, 최후까지 선도해 나가는 방법을 택해야 합니다.」
「선생 말씀을 들어 보면 그렇기는 하오마는.......」
무봉은 아직도 반신반의하다가,
「선생은 범인을 찾아낼 자신이 정말로 있기는 하시오?」
하고 묻는다.
김삿갓은 웃으면서 대답한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범인은 반드시 우리 마을 사람인 것이 분명합니다. 만약 나의 추측에 틀림이 없다면, 범인을 찾아내기는 식은 죽 먹기보다도 쉬운 일입니다.」
무봉은 그 말을 듣고 크게 놀라며 다시 캐어묻는다.
「범인을 찾아내기가 식은 죽 먹기보다도 쉽다뇨? 어떤 방법으로 찾아낸다는 말씀이오?」
그러나 그 질문에 대해서만은, 김삿갓은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것이다.
「그 방법만은 아직 말씀드리지 못하겠읍니다. 무봉 선생한테 그 방법을 미리 알려드렸다가, 무봉 선생이 범인을 찾아내어 매장시켜 버리면 그야말로 큰일이니까 말입니다. 무봉 선생, 안 그렇습니까. 하하하」
김삿갓은 범인을 찾아내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대신에 너털 웃음만 웃어 보였다. 무봉은 그럴수록에 궁금증이 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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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시인 김삿갓 2-51 회
「삿갓 신생 우리 사이에 이럴 수가 있소. 법인을 찾아내기가 식은죽 먹기보다도 쉽다고 장담하면서, 그 방법만은 말해 주지 않으니 너무도 섭섭하오이다.」
「그 방법을 섣불리 말씀드렸다가, 무봉 선생이 범인을 찾아내어 매장시켜 버리면 어떡합니까. 그러니까 범인을 찾아내는 방법 꼭 꼭 알고 싶으시다면, 사후 처리를 깨끗이 끝낸 뒤에 말씀드리기로 하겠읍니다.」
「지금 가르쳐 주나. 나중에 가르쳐 주나 결국은 마찬가지가 아니오?」
무봉은 범인 알아내는 방법을 기어이 알아야만 마음이 개운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일에 대해서만은 김삿갓의 고집도 완강하였다.
「무봉 선생이 마을 사람들을 모아 놓고 사후 처리를 깨끗이 끝내기 전에는 절대로 말을 못 하겠으니, 그렇게 알아주십시오.」
그러자 무봉은 얼굴에 분노의 빛이 충만해지며 정색으로 나무란다.
「여보시오, 삿갓 선생! 삿갓 선생이 내게 대해 이럴 수가 있단 말이오 지금 가르쳐 주나 나중에 가르쳐 주나 결국은 마찬가 건데 뭐가 의심스러워 나중에야 가르쳐 주겠다는 말이오. 삿갓 선생이 그런 식으로 나오려거든 차라리 우리 두 사람은 오늘부더 의절(義絶)을 해버리기로 합시다.」
무봉이 진심으로 분개하며 엄포를 놓고 나오는 바람에, 김삿갓 은 입장이 매우 난처하였다.
「우리가 그만한 일로 의절을 하다뇨?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삿갓 선생은 범인을 색출해 낼 방법을 환히 알고 있다면서도, 나라는 사람을 믿을 수가 없어서 그 방법을 말해 주지 못하겠다면 그것은 나의 인격을 근본적으로 무시하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오, 나는 그런 모욕을 당하고서는 의절을 아니할 수가 없는 일이오.」
듣고 보니 그럴 성싶기도 하여, 김삿갓은 입장이 점점 난처하게 되었다.
김삿갓은 웃으면서 말한다.
「무봉 선생은 엉뚱한 오해를 하고 계십니다. 제가 무봉 선생의 인격을 모욕하다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러나 무봉은 여전히 분노의 얼굴로 말한다.
「범인 찾아내는 방법을 환히 알고 있으면서 나한테는 말해 주려고 하지 않으니, 그게 바로 나의 인격을 모욕하는 처사가 아니고 뭐란 말이오.
「선생이 그렇게까지 나무라신다면 지금 당장 말씀드리기로 하겠읍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조건이 하나 있읍니다.」
「무슨 조건인지 어서 말해 보시오.」
「범인 알아내는 방법을 제가 말씀드리더라도, 무봉 선생은 범인을 찾아내어 매장시켜 버릴 생각은 하지 말아 주셔야 합니다. 거기에 대한 확답을 듣기 전에는 그 방법을 말씀드리지 못하겠음니다.」
김삿갓이 무봉에게 범인 알아내는 방법을 말해 주기를 꺼려 온 이유는 바로 그 점에 있었다. 거기 대한 보장을 받기 전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그 방법을 알려 주지 않을 결심이었던 것이다. 무봉은 잠시 생각을 해보다가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좋소이다. 삿갓 선생이 그렇게까지 원하신다면, 내 비록 범인 찾아낼 방법을 알고 있더라도 범인 색출은 아니하기로 하지요.」
「그렇다면 안심하고 말씀드리기로 하겠읍니다. 알고 보면 범인을 알아내기는 지극히 간단한 일이옵니다.」
「어떻게 간단하다는 말씀이오?」
「지금이라도 비상 소집령을 내려 마을 사람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 놓으십시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씩 손 냄새를 맡아 보면 범인을 대번에 알아낼 수가 있사옵니다.」
「손 냄새를 맡아보면 범인을 알 수 있다뇨? 그게 무슨 소리요? 범인의 손에서 도둑 냄새라도 난다는 말씀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