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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破落戶(파락호) ★

이종육[소 운(素 雲)] 2025. 7. 5. 13:54

★ 破落戶(파락호) ★

破落戶(깨트릴 파, 떨어질 낙, 집 호) 라는 말은 양반집 자손을 이용하여 집안의 재산을 몽땅 털어먹는 난봉꾼을 의미합니다.

요즘 말로는 인간쓰레기쯤 될까요?

일제 식민지 때, 경북 안동에서 이름을 날리던 파락호 중에 퇴계의 제자이자 영남학파의 거두였던 의성 김씨 학봉파의 명문가 후손으로서 학봉 '김성일' 종가의 13대 종손인 김용환(金龍煥, 1887년~1946년)'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노름을 즐겼습니다.
당시 경북 안동 일대의 노름판이란 노름판 전부를 찾아다니면서 끼었고, 초저녁부터 노름하다가 새벽녘이 되면 가지고 있는 판돈 모두를 노름판에 걸고 마지막 배팅한다는 주특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만약 배팅이 적중하여 돈을 따면 좋고, 그렇지 않고 실패하면 도박장 주변에 잠복해 있던 수하 패거리 20여 명이 몽둥이를 들고서 노름판에 나타나 노름판 판돈을 덮치는 등의 수법을 사용했다고 했으며, 노름판 판돈 모두를 쓸어 담고 건달들과 함께 유유히 사라졌던 노름꾼 김용환,
그렇게 노름하다가 종갓집도 남의 손에 넘어가고 아내가 아이를 낳는 줄도 모르는 체 수백 년 동안 종가 재산으로 내려오던 전 답 18만 평(현재 시가 약 400억 원) 도 다 팔아먹고 아내 손을 잡으며 ‘미안하오’ ‘이제 깊이 뉘우쳤소’ ‘앞으로 달라지겠소’라는 약속도 얼마 안 가서 다시 땅문서를 들고 노름판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팔아먹은 전답을 문중의 자손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걷어 다시 종가에 되사주곤 했습니다, 

"집안 망해 먹을 종손이 나왔다"라며 혀를 차면서도 당시 양반 종가는 문중의 구심점이므로 없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급기야는 시집간 무남독녀 외동딸이 신행 때 친정집에 가서 장롱 사 오라며 시댁에서 받은 돈마저도 친정아버지 김용환은 노름으로 탕진했습니다. 딸은 빈손으로 시댁에 갈 수 없어 친정 큰어머니가 쓰던 헌 장롱을 가지고 울며 시댁으로 갔습니다. 

이 정도이니 주위에서 얼마나 김용환을 욕했겠습니까?
김용환은 해방된 다음 해인 1946년 세상을 떠납니다. 이러한 천하의 파락호이자 노름꾼 '김용환'이 사실은 만주에 독립군 자금을 댄 독립 투사였음이 사후에 밝혀졌습니다.

그간 탕진했다고 알려진 돈은 모두 만주 독립군에게 군자금으로 보내졌던 것이 밝혀진 것입니다.

김용환은 독립군의 군자금을 만들기 위하여 죽을 때까지 노름꾼, 망나니, 파락호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위장한 삶을 살면서도 자기 가족에게 까지도 철저하게 함구하면서 살았던 것입니다.

그래야 왜경 놈들의 관심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임종 무렵에 이 사실을 알고 있던 독립군 동지가 머리맡에서 "이제는 만주 독립군에게 돈 보낸 사실을 이야기해도 되지! 않겠나?"라고 하자 "선비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말을 남긴 채 눈을 감았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김용환'의 할아버지 '김홍락'이 사촌인 의병대장 '김희락'을 숨겨줬다는 이유로 왜경에게 마당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나라를 되찾아야겠다는 항일의 뜻을 품게 되었고, 평생을 철저하게 망나니 행세를 하면서 노름판을 전전하는 노름꾼 파락호로 위장을 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김용환'의 호국정신 이야기는 가슴 속 깊이 찡한 감동과 애국심을 느끼게 해줍니다. 지금 경북 안동 독립운동기념관에 이 '김용환'의 일대기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김용환'의 무남독녀 외동딸인 '김후옹' 여사님은
아버지 '김용환'의 공로로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 받습니다.
평생을 아버지 원망하며 살았던 외동딸, 김 후옹 여사님은 아버지에게 건국훈장이 추서되던 날,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회한을 담은 '우리 아베 참봉 나으리’
라는 글을 발표합니다.

[우리 아베 참봉 나으리, 그럭저럭 나이 차서 십육 세에 시집가니, 청송 마평 서 씨 문중에 혼인은 하였으나 신행 날 받았어도 갈 수 없는 딱한 사정 
신행 때 장롱 사 오라며 시댁에서 맡긴 돈, 그 돈 마저 가져가 어디에 쓰셨는지?
우리 아베 기다리며 신행 날 늦추다가 큰어메 쓰던 헌 농 신행 발에 싣고 가니 주위에서 쑥덕쑥덕
그로부터 시집살이 주눅 들어 안절부절
끝내는 귀신 붙어왔다 하여 강변 모래밭에 꺼내다가 부수어 불태우니, 오동나무 삼층장의 불길은 왜 그리도 높던지.
새색시 오만 간장 그 광경 어떠할 꼬...
우리 아베 원망하며 별난 시집 사느라고 오만 간장 녹였더니,
오늘에야 알고 보니 이 모든 것, 저 모든 것 독립군 자금 위에, 
그 많던 천석 재산 다 바쳐도 모자라서 하나뿐인 외동딸 
시댁에서 보낸 장롱값 그것마저 바쳤구나.
그러면 그렇지 우리 아베 참봉 나으리, 내 생각 한 대로 절대 남들이 말하는 파락호는 아닐진 데
나라가 과연 얼마나 중요한가?

2021년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김용환'임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파락호 애국자입니다.

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일제 탄압에 맞서 오직 나라를 독립시키려고 
자신의 안일과 전 재산과 명예를 초개같이 버린 참 애국자, 난세의 영웅 '김용환' 선생님이 너무 존경스럽고 그리워집니다.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