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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난택(退溪難擇)

이종육[소 운(素 雲)] 2024. 6. 28. 15:39

퇴계난택(退溪難擇)

: 퇴계(退溪)선생의 어려운 선택

글 자 : 退(물러날 퇴) 溪(시내 계) 難(어려울 난) 擇(가릴 택)

※비 유 : 엄격한 윤리, 도덕보다 인간의 따뜻한 정(情)이 더 진함의 비유

●퇴계(退溪)선생의 둘째 아들 채(寀)는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어머니 김해 허씨를 여의고 주로 외가(의령)에서 성장하면서 건강이 나빠 퇴계가 •단양군수(丹陽郡守)로 있던 때(48세 2월)에 *정혼만 해놓은 상태에서 21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채가 세상을 떠난 그 •이듬해 풍기군수(豊基郡守)로 전임한 퇴계는 직책을 사임하고 고향에서 학문에 전념하고 있을 때, 둘째 며느리는 자식도 없는 과부가 되었다.

선생은 홀로된 며느리가 걱정이었다. '남편도 자식도 없는 젊은 며느리가 어떻게 긴 세월을 홀로 보낼까?' 그리고 혹여 무슨 일이 생기면 자기 집이나 사돈집 모두에게 누(累)가 될 것이기에, 한밤중이 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집안을 순찰하곤 했다. 어느 날 밤, 집안을 둘러보던 선생은 며느리의 방으로부터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소리가 새어 나오는 것을 듣게 되었다.

순간 선생은 얼어붙는 것 같았다. 점잖은 선비로서는 차마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며느리의 방을 엿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젊은 며느리가 술상을 차려 놓고 짚으로 만든 선비 모양의 인형과 마주 앉아 있는 것이었다. 인형은 바로 남편의 모습이었다.

●인형 앞에 잔에 술을 가득 채운 며느리는 말했다. "여보, 한 잔 잡수세요." 그리고는 인형을 향해 한참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흐느끼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남편의 인형을 만들어 대화를 나누는 며느리… 한밤중에 잠 못 이루고 흐느끼는 며느리… 선생은 깊이 생각했다.

●과연 '윤리(倫理)는 무엇이고 도덕(道德)은 무엇인가!
저 젊은 며느리를 수절시켜야 하다니… 저 아이를 윤리 도덕의 관습으로 묶어 수절시키는 것은 너무도 가혹하다. 인간의 고통을 몰라주는 이 짓이야말로 윤리도 아니고 도덕도 아니다. 여기에 인간이 구속되어서는 안 된다. 저 아이를 자유롭게 풀어주어야 한다.'

●이튿날 선생은 사돈을 불러 결론만 말했다. "자네, 딸을 데려가게." 사돈은 "내 딸이 무엇을 잘못했는가?" 선생은 "잘못한 것 없네. 무조건 데려가게." 친구이면서 사돈 관계였던 두 사람이기에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까닭이 없었다.

그러나 딸을 데리고 가면 두 사람의 친구 사이마저 절연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생의 사돈도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안 되네. 양반 가문에서 이 무슨 일인가?".
선생이 •"나는 할 말이 없네. 자네 딸이 내 며느리로서는 참으로 부족함이 없는 아이지만 어쩔 수 없네. 데리고 가게." 이렇게 퇴계(退溪) 선생은 사돈과 절연하고 며느리를 보냈다.

●그리고 몇 년 후 선생은 한양으로 올라가다가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동네를 지나가게 되었다. 마침 날도 저물기 시작했으므로 아담한 민가 집을 택하여 하룻밤을 머물렀다.

그런데 저녁상을 받아보니 반찬 하나하나가 선생이 좋아하는 것뿐이었다. 더욱이 간까지 선생의 입맛에 딱 맞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이 집 주인도 나와 입맛이 비슷한가 보다.' 이튿날 아침상도 마찬가지였다. 반찬의 종류는 어제 저녁과 달랐지만 여전히 입맛에 딱 맞는 음식들만 올라온 것이다. 나의 식성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토록 음식들이 입에 맞을까?

'혹시 며느리가 이 집에 사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아침 식사를 마치고 막 떠나가려는데 집주인이 버선 두 켤레를 가지고 와서 '한양 가시는 길에 신으시라'며 주었다. 신어보니 선생의 발에 꼭 맞았다. '아! 며느리가 이 집에 와서 사는구나.' 선생은 확신을 하게 되었다.

집안을 보나 주인의 마음씨를 보나 내 며느리가 고생은 하지 않고 살겠구나. 만나보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짐작만 하며 대문을 나서는데 한 여인이 구석에 숨어 퇴계선생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었다.

●퇴계선생은 이렇게 며느리를 개가(改嫁)시켰다.
이 일을 놓고 유가(儒家)의 한 편에서는 오늘날까지 선생을 비판하고 있다. "선비의 법도를 지키지 못한 사람이다. 윤리를 무시한 사람이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한 편에서는 정반대로 퇴계선생을 칭송하고 있다. "선생이야말로 윤리와 도덕을 올바로 지킬 줄 아는 분이시다. 윤리를 깨뜨리면서까지 윤리를 지키셨다."

★답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잣대는 퇴계의 선택이 맞다고 단정 지울 것이다.
★그러나 시대를 초월하고 상식과 양심에 부끄러움이 없으면 맞는 답일 것이다.
★퇴계선생은 엄격한 규범보다 따뜻한 인간미를 택하였다. 당시로는 매우 어려운 선택이었다.

옛 *연구집(*聯句輯)에

•金剛山高松下立
(금강산고송하립) : 금강산이 높아도 소나무 아래 서있고

•漢江水深砂上流
(한강수심사상류) : 한강물이 깊어도 모래 위 에서 흐르네
라는 문장이 있다.

윤리가 아무리 엄격해도 상식을 넘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도덕이 아무리 엄중해도 양심을 범할 수 있겠는가?

모두가 은혜입니다.
맑고밝고 훈훈하게 ~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축복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옮긴 글)k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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