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시인 김삿갓 2-27 회
김삿갓은 그들의 속셈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봉은 대장장이들이 자기 명령에 복종하기 위해 손해를 무릅쓰고 대장간을 옮겨 가겠다는 줄로 알고 어깨가 으쓱해 왔다. 자신의 권위가 그만큼 확고부동해진 증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자네들이 나의 명령에 복종하기 위해 손해를 보아 가면서 대장간을 옮기기로 하겠다니, 정말로 고마우이. 대장간을 옮기고 나거든, 나도 자네들의 성의를 생각해 술을 톡톡히 사주도록 하겠네.」
「설마 빈 말씀은 아니시겠죠?」
「이 사람아! 장부 일언 (丈夫一言)이 중천금(重千金)인데, 설마하니 내가 자네들과의 약속을 어기겠는가?」
「고마우신 말씀입니다. 술을 사주신다니, 부탁이 하나 있사옵니다.」
「무슨 부탁인지, 어서 말해 보게.」
「저희들은 돼지고기를 무척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왕 술을 사주시려거든 술안주로 돼지다리 하나만 곁들여 주십시오. 그래야 만 삿갓 선생도 함께 모실 수 있을 것이 아니옵니까.」
「삿갓 선생도 같이 모시도록 해달라는 말인가? 하하하.........그 건 어렵지 않은 일일세. 자네들이 내 말대로 대장간을 옮겨 주기만 한다면 돼지 다리 같은 것은 문제가 아니야. 그런 줄 알고 대장간을 옮기고 나거든 나를 찾아오게.」
무봉이 철석같은 약속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김삿갓은 무봉과 함께 서당으로 돌아오면서,
「대장간을 옮기려면 적지 않은 돈이 들 터인데, 그 사람들이 무슨 속셈으로 대장간을 옮기겠다는 것이죠?」
하고 물어 보았다.
무봉은 자신 만만하게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무식한 것들이 무슨 속셈이 있겠소이까. 다만 마을의 영도자인 내가 대장간을 옮기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니까, 그들은 나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마지못해 옮겨 갈 것이오.」
그러나 김삿갓은 도리질을 하였다.
「내가 보기에는 반드시 무슨 꿍꿍이속이 따로 있는 것만 같던 걸요. 혹시 무봉 선생은 그들의 간계 (奸)에 걸려든 것이 아니오?」
「무식한 것들이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말씀이오. 마을의 향약을 내가 직접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마을의 사람들은 내 말이라면 모두들 어렵게 여겨서 거역을 못하는 거예요.」
무봉은 마을 사람들이 자기 말에 절대 복종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김삿갓이 보기에는 마을 사람들은 결코 녹록지가 않았다. 우리나라 속담에 〈아저씨 아저씨 해가면서 × 먹인다>는 말이 있거니와, 백락촌 마을 사람들이야말로 무봉을 <차수 어른 차 수 어른!>하고 높이 받들어 모시는 척하면서, 음으로 양으로 골탕을 먹이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김삿갓은 물론 대장장이들이 어떤 흉계로 무봉에게 골탕을 먹이려는 것인지 그 내용은 알 길이 없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무슨 꿍꿍이속이 있다는 것만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그들의 꿍꿍이속이 과연 어떤 것일까?)
그로부터 10여 일이 지난 어느 날 석양 무렵一.
대장장이 공 서방과 맹 서방은 막걸리 한 말에 돼지 다리 하나를 어깨에 둘러메고 아무 예고도 없이 김삿갓을 불쑥 찾아왔다.
「삿갓 선생, 안녕하십니까?」
김삿갓은 그들을 반갑게 맞았다.
「오늘은 웬일로 이처럼 어려운 걸음을 하셨소이까?」
「선생을 모시고 가서 차수 어른에게 술을 얻어먹으려고 오는 길이옵니다...... 차수 어른께서는 지금 약국에 계시겠지요?」
「조금 전에 약국에서 낮잠을 주무시고 계시더라는 말을 들었읍니다.」
「마침 잘되었읍니다. 그러면 삿갓 선생도 저희들과 함께 약국으로 술을 얻어 자시러 가십시다.」
「술을 얻어 자시러 왔다는 걸 보니, 그동안에 대장간을 다른 곳으로 옮겨 가신 모양이구료? 그게 사실인가요?」
김삿갓은 암만해도 수상스러워 따져 물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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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시인 김삿갓 2-28 회
그러자 대장장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모아 대답한다.
「저희들이 대장간을 옮기지 않고서야 무슨 낯으로 차수 어른한테 술을 얻어먹으러 왔겠읍니까. 우리 두 사람은 어제 날짜로 대장간을 깨끗이 옮겨 버렸읍니다.」
「그래요? 대장간을 옮기려면 돈이 많이 들었을 터인데............」
김삿갓은 내심 의구심을 품으며,
「대장간을 옮기면 무봉 선생이 술을 사겠노라고 하시더니, 두 분은 그래서 오신 모양이군요. 그런데 술과 돼지다리를 두 분이 직접 둘러메고 온 것은 어떻게 된 일이오?」
하고 물었다.
술을 얻어먹기로 되어 있는 그들이 술과 돼지다리를 직접 둘러메고 온 것이 우스웠던 것이다.
그러자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빙그레 웃고 나더니,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이거 말씀입니까. 술과 안주를 이제부터 사오시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기에 차수 어른의 수고를 덜어 드리려고 저희들이 직접 사가지고 왔답니다. 그러나 돈을 차수 어른한테서 당장 받아 낼 생각입니다.」
무봉이 혹시라도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까 봐, 술과 돼지 다리를 저희들이 직접 사가지고 온 것이 분명해 보였다.
김삿갓은 소리를 내어 웃었다.
「하하하, 당신네들은 사고방식이 어떻게나 용의주도한지, 무봉 선생을 옴치고 튈 수가 없게 만들었구료. ............아뭏든 무봉 선생이 낮잠을 주무시고 계시다니까, 약국으로 건너가 봅시다.」
세 사람이 대거하여 백중국으로 건너오니, 무봉은 낮잠에서 깨어나며 대뜸 대장장이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자네들은 내가 말한 대로 대장간을 모두들 옮겨 버렸는가.」
대장장이들은 허리를 굽실거리며 대답한다.
「어느 영이라고 대장간을 옮기지 않겠읍니까. 저희들은 대장간을 어제로써 깨끗이 옮겨 버렸읍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김삿갓은 그들의 말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무봉은 공 서방과 맹 서방이 자기 말을 고분고분 들어준 것이 무척 고맙게 여겨지는지, 얼굴에 웃음꽃을 활짝 피우며 말한다.
「자네들이 나의 말을 어렵게 여겨서, 대장간을 모두 옮겨 주었다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네. 그러면 약속대로 오늘은 내가 자네들한테 술을 대접하기로 함세.」
무봉은 그렇게 말하다가, 공 서방과 맹 서방이 술과 돼지 다리를 어깨에 둘러메고 있는 것을 보고 눈을 커다랗게 뜨며 놀란다.
「아니, 이 사람들아! 술은 내가 사기로 되어 있는데, 자네들이 어쩌려고 그런 것을 사가지고 왔는가?」
무봉은 대장장이들이 술과 돼지 다리를 선물로 가지고 온 줄로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런 말에 쉽게 걸려들 맹 서방과 공 서방은 아니었다.
「아니옵니다. 이것은 저희들이 선물로 가지고 온 것은 아니옵고, 차수 어른께서 술과 안주를 사오시려면 번거로우실 것 같아서 저희들이 미리 준비를 해가지고 온 것입니다. 그러니까 대금은 차수 어른께서 지금 지불해 주셔야 하겠읍니다.」
무봉은 얼굴이 머쓱해지면서,
「그래에? 모두 얼마나 되는가?」
「술 한 말 값은 닷 냥이옵고, 돼지다리 값은 일곱 냥이옵니다.」
시세에 비해서는 엄청나게 비싼 금액이었다. 김삿갓은 그 말을 듣고 또 한번 놀랐다.
(이 사람들이 무봉에게 단단히 바가지를 씌울 모양이구나!
무봉은 대장간을 옮겨 준 것만이 고마워서, 차마 미주알고주알 따질 형편이 못 되었다. 그리하여 즉석에서 돈을 건네 말한다.
대장장이들은 허리를 굽실거리며 대답한다.
「어느 영이라고 대장간을 옮기지 않겠읍니까. 저희들은 대장간을 어제로써 깨끗이 옮겨 버렸읍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김삿갓은 그들의 말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무봉은 공 서방과 맹 서방이 자기 말을 고분고분 들어준 것이 무척 고맙게 여겨지는지, 얼굴에 웃음꽃을 활짝 피우며 말한다.
「자네들이 나의 말을 어렵게 여겨서, 대장간을 모두 옮겨 주었다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네. 그러면 약속대로 오늘은 내가 자네들한테 술을 대접하기로 함세.」
무봉은 그렇게 말하다가, 공 서방과 맹 서방이 술과 돼지 다리를 어깨에 둘러메고 있는 것을 보고 눈을 커다랗게 뜨며 놀란다.
「아니, 이 사람들아! 술은 내가 사기로 되어 있는데, 자네들이 어쩌려고 그런 것을 사가지고 왔는가?」
무봉은 대장장이들이 술과 돼지 다리를 선물로 가지고 온 줄로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런 말에 쉽게 걸려들 맹 서방과 공 서방은 아니었다.
「아니옵니다. 이것은 저희들이 선물로 가지고 온 것은 아니옵고, 차수 어른께서 술과 안주를 사오시려면 번거로우실 것 같아서 저희들이 미리 준비를 해가지고 온 것입니다. 그러니까 대금 은 차수 어른께서 지금 지불해 주셔야 하겠읍니다.」
무봉은 얼굴이 머쓱해지면서,
「그래에? 모두 얼마나 되는가?」
「술 한 말 값은 닷 냥이옵고, 돼지다리 값은 일곱 냥이옵니다.」
시세에 비해서는 엄청나게 비싼 금액이었다. 김삿갓은 그 말을 듣고 또 한번 놀랐다.
(이 사람들이 무봉에게 단단히 바가지를 씌울 모양이구나!)
무봉은 대장간을 옮겨 준 것만이 고마워서, 차마 미주알고주알 따질 형편이 못 되었다. 그리하여 즉석에서 돈을 건네 주며 말한다.
「돈은 깨끗이 치러 주었으니, 이제는 술이나 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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