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시인 김삿갓 2-37 회
「아, 밤중에 환자가 오신 모양이구료」
김삿갓이 환자를 보고 돌아서 나오려고 하자. 무봉은 손을 흔들며 만류한다.
「환자는 곧 돌아갈 것이니 잠깐만 거기 앉아 계시오. 며칠 못 만났으니 술이라도 한잔 해야 할 게 아니오.」
김삿갓은 술도 술이지만, 무봉이 환자를 어떤 식으로 치료해 주는가 궁금하여 웃목에 눌러 앉아 있었다.
환자는 남자가 아니고 여자인지, 무봉은 젊은 아낙네의 손목을 자기 앞으로 끌어당기며 말한다.
「젖이 어떻게 아프다는 것인지, 젖을 이리 내놓아 보시오.」
젊은 아낙네는 외방 남자에게 젖을 내보이기가 거북스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남편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러자 무봉은 환자를 퉁명스럽게 나무란다.
「나는 의원이야! 내 앞에서는 이보다 더 소중한 물건도 내보이는 법인데, 젖을 보여 주기가 뭐가 부끄러워 그러는가. 그래 가지고서는 병을 고칠 수가 없지 않는가.
남편 되는 사람은 옆에서 보기가 민망스러운지,
「어차피 병을 고치려면 선생님한테 젖을 내보여야 할 게 아닌가. 빨리 내보여요!」
하고 마누라에게 재촉한다.
환자는 그제야 옷고름을 풀고, 옷자락을 좌우로 활짝 벌려 젖을드러내 보인다.
김삿갓은 자기도 모르게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 젊은 여인의 바른편 젖이 고무풍선처럼 시뻘겋게 부풀어올라 있
었기 때문이었다.
「유종(乳)이로구먼!」
무봉은 시뻘겋게 부풀어 오른 젖무덤을 이모저모로 시진(視診)을 하고 나더니, 옆에 있는 남편을 퉁명스럽게 나무라는 것이었다.
「이 사람아! 마누라의 젖이 이처럼 곪기까지는 몹시 아팠을 터인데, 자네는 그동안에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서방이란 밤마다 마누라의 궁둥이만 두드려 주면 그것으로 그만인 줄 알았단 말인가?」
남편 되는 사람은 무안스러워 얼굴을 붉혔다.
「아, 아니올시다. 그동안 약국을 여러 군데 찾아 다녔지만 별로 효험을 보지 못해, 결국은 선생님을 찾아오게 된 것입니다.」
「음 처음부터 나를 찾아올 일이지, 그동안에는 괜스레 돌팔이 의원들만 찾아 다녔던 모양이구먼!」
무봉은 모든 의원들을 일언지하에 돌팔이 의사로 처단해 버린다.
김삿갓은 무봉이 어쩌려고 저렇게 큰소리를 치는가 싶어, 옆에서 보기에 불안해 견딜 수 없었다.
환자의 남편 되는 사람도 무봉의 큰소리를 믿을 수가 없는지,
「선생님은 이 병을 고쳐 주실 수 있겠읍니까?」
하고 묻자 무봉은 또다시 큰소리를 치고 나온다.
「예끼 이 사람! 이런 병을 내가 못 고치면 누가 고친단 말인가.」
그리고 이번에는 환자의 얼굴을 마주 보며 묻는다.
「그동안에 몹시 아팠지?」
「예, 몹시 아팠사옵니다. 이렇게 곪기까지는 너무도 아파 잠을 자지 못할 지경이었읍니다.」
「마누라는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는데도 불구하고, 서방이라는 자는 무정스럽게도 잠자리를 같이하자고 덤벼들지는 않던가?」
남편 되는 사람은 그 말에 또다시 얼굴을 붉히며,
「아이 참, 선생님두! 제가 아무리 무지막지하기로, 설마 그렇기야 했겠읍니까.」
무봉은 그제야 통쾌하게 웃으며,
「하하하, 사내 녀석들이란 모두가 그런 것들이 아닌가!........삿갓선생! 내 말이 틀렸소이까?」
하고 김삿갓에게 동의를 구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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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시인 김삿갓 2-38 회
김삿갓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무봉은 이번에는 환자에게 말한다.
「젊은 아낙네가 무척 예쁘게 생겼으니, 내가 특별히 잘 고쳐줘야 하겠는걸. ... 내가 이제부터 치료 방법을 자세하게 일러줄테 니, 자네도 잘 들어 두었다가 마누라한테 꼭 그대로 해드리게. 내 말 알아듣겠는가?」
그리고 무봉은 치료 방법을 다음과 같이 일러주었다.
「이제부터 집에 돌아가거든, 사람의 똥[人糞〕을 한지 (漢紙)에 겹겹이 싸가지고 화롯불 속에 묻어 두어서, 우선 똥을 구워 내도록 하게. 그때에 주의해야 할 것은 불이 너무 강하면 똥이 타버리기 쉬우니까, 똥을 태우지 말고 꼭 구워 내도록 해야 하네. 똥을 구우면 회색 빛깔의 밤알만한 덩어리가 되는데, 그것을 가루로 빻아서, 그 가루를 진짜 꿀에 개어 가지고 상처에 붙여 두도록 하 게. 그러면 열 두어 시간쯤 후에는 곪았던 젖이 절로 터지면서 고름이 수없이 흘러 나오게 될 걸세.」
무봉의 치료 방법이 너무도 원시적이어서, 김삿갓은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환자의 남편은 무봉의 말을 믿을 수가 없는지,
「사람의 똥을 불에 구워 가지고, 똥가루를 꿀에 개어 바르란 말씀입니까. 그렇게 하면 낫게 되는 겁니까?」
하고 따지듯이 물어 보는 것이었다.
그러자 무봉은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환자의 남편에게 큰소리로 호통을 지른다.
「이 사람아! 내가 시키는 대로 할 일이지, 자네가 무얼 안다고 미주알고주알 캐어물으려고 드는가?」
환자의 남편은 호된 책망을 듣고 얼굴을 붉힌다.
「죄송합니다. 꼭 선생님 분부대로 하겠읍니다. 그런데 한 가지 미심스러운 점이 있사옵니다. 똥가루를 꿀에 개어 상처에 붙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상처란 어느 부위를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그러자 무봉은 환자에게 묻는다.
「유종이 처음으로 시작될 때 젖 속에 밤알만한 응어리가 생겼다가, 그것이 곪고 곪아서 지금처럼 전체가 부어올랐을 것이 아닌가? 어때? 내 말이 맞겠지?」
환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예, 그러하옵니다. 처음에는 젖 속에 밤알 같은 응어리가 생기더니, 그것이 점점 곪아서 이렇게 되었사옵니다.」
「물론 그랬을 거야. 그러니까 약은 그 응어리가 생겼던 자리에 붙이면 되는 걸세.」
「곪았던 고름이 터져 나오면, 그 후에는 어떡해야 합니까.」
「고름을 깨끗이 짜고 나거든, 그때에는 찰밥을 소금에 개어 그 자리에 발라 두도록 하게. 농액(膿液)을 계속해서 빨아 내는데는 찰밥 이상으로 좋은 약이 없기 때문이네. 찰밥을 하루에도 네댓 번쯤 갈아내야 하네. 그래서 10여 일이 지나면 고름이 마르면서 속에서 새빨간 새살이 살아 나오게 될 걸세. 그때에는 내가 약을 줄 테니, 그 고약을 바르도록 하게. 그러면 보름쯤 후에는 완전히 낫게 될 걸세.」
무봉은 자신 만만한 어조로 그렇게 말하고 나서, 서랍 속에서 고약 다섯 봉지를 꺼내 주는 것이었다.
환자의 남편은 고약을 두 손으로 받아 들며 말한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이 사람아! 자네는 내가 아니었으면 틀림없이 홀애비가 되고 말았을 걸세. 마누라의 유종이 깨끗이 낫거든 나의 덕택인 줄로 알게!」
「그야 물론입죠....... 약 값을 얼마를 드리면 되겠읍니까?」
김삿갓은 약 값을 얼마나 받으려는가 무척 궁금하였다.
무봉은,
「약값 말인가?」
하고 김삿갓을 돌아다보며 싱그레 웃고 나머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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