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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수옹 (無愁翁)​

이종육[소 운(素 雲)] 2024. 12. 1. 14:48

● 무수옹 (無愁翁)​

조선중엽 의주 땅에 근심 걱정이 없는 노인이 살고 있었는데 그 노인에게는 열세명의 자녀가 있었습니다.​

아들 열둘에 딸이 한 명 이었는데 그들은 모두 혼인을 해서 아들 딸 낳고서 유복하게 살았으며 하나같이 부모에 대한 효성이 지극했습니다. ​

어느 날 열세 남매가 모여서 부모님 모실 일을 의논 했습니다.
맏아들을 비롯한 열세 남매 모두가 부모님을 모시겠다고 나섰으나 결국 열세 남매가 돌아가면서 부모님을 모시기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열두 형제가 돌아가면서 한 달씩 부모님을 모시고 4년마다 한번씩 윤달이 찾아오면 딸이 부모님을 모시기로 했습니다.

노인은 유람을 다니듯 한 달에 한 번씩 자식 집들을 옮겨 다니며 극진한 대접를 받았습니다. 
가는 곳마다 따뜻한 방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손주들의 재롱이 노인을 반겼습니다.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면서 감탄하며 한 마디씩 했습니다.​

“정말 근심 걱정이란 없는 노인이야” ​

“그러니 무수옹(無愁翁)이지” ​

무수옹에 대한 소문은 돌고 돌아 임금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임금인 나에게도 근심 걱정이 적지 않은데 근심 없는 노인 이라니 이게 무슨 말인고? 
한번 만나보고 싶으니 불러 들여라”​

그렇게 해서 무수옹은 임금앞에 불려갔습니다.​

“정말 그대는 아무 걱정이 없단 말이오?”​

“몸이 건강하고 자식이 번창 하며 먹고 사는데 걱정이 없으니 마음에 거리낄 일이 없습니다” ​

그러자 임금은 탄복을 하면서 무수옹에게 오색이 찬란한 구슬 하나를 선물로 내주었습니다.​

“내가 주는 정표이니 다시 만날 때까지 잘 간직하도록 하오” ​

“황송합니다” 

무수옹은 임금한테서 귀한 선물을 받아들고 궁궐을 나서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강이 하나 있어 배를 타고 건너야 했습니다.
무수옹이 배에 올라타자 뱃사공이 노를 저어가면서 물었습니다.

“노인장은 어디를 다녀오시는 길입니까?”​

“허허. 궁궐에 가서 임금님을 뵙고 오는 길이라오, 이렇게 선물까지 받았지요” ​

그러면서 노인은 뱃사공에게 오색이 찬란한 구슬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런데 사공이 구경 좀 하겠다며 구슬을 받아서 만지다가 강물에 빠뜨려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이구, 이걸 죄송해서 어쩝니까? 귀한 물건인데…….” ​

무수옹은 깜짝 놀라 당황했지만 금방 체념한 듯 말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걸요” ​

하지만 거기에는 숨겨진 내막이 있었습니다.

임금이 미리 아랫사람을 시켜서 사공으로 하여금 그 구슬을 강물에 빠뜨리도록 한 것이었습니다.
노인에게 근심거리를 만들어 보기 위한 술책이었습니다

무수옹이 구슬을 잃어버리고 집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임금이 무수옹을 부른다는 전갈이 왔습니다.​

“전에 임금이 하사하신 구슬을 반드시 가지고 오시라고 합니다”​

그러자 무수옹은 그만 아주 난처한 지경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임금이 특별히 하사한 구슬을 소홀히 다루다가 잃어버렸으니 큰 벌을 받게 될 것이 분명 했습니다.

소식을 들은 열세 남매가 함께 모였서 머리를 맞대고 함께 걱정을 했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무수옹이 말했습니다.​

“걱정들 말거라 어떻게든 되겠지” ​

그때 무수옹의 맏며느리가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식구들의 음식상을 차리려고 생선을 사가지고 왔습니다.
며느리가 무심코 생선 배를 가르는데 한 마리 뱃속에서 이상한 구슬이 또르르 굴러 나왔습니다.​

“이것 좀 보세요 글쎄 생선 뱃속에서 이게 나왔어요” ​

그러자 무수옹이 그 구슬을 보고서 말했습니다.​

“얘야! 바로 그거야! 그게 바로 임금님이 주신 구슬이란다” ​

그러자 식구들이 다들 웃으며 손뼉을 쳤습니다. 
그리고 차린 음식을 맛있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무수옹은 구슬을 품에 간직한 채 궁궐로 들어갔습니다.

무수옹이 아무 근심도 없는 표정으로 임금 앞으로 나아가자 임금이 의아하게 여기면서 말했습니다.

“그 동안 잘 지냈는지 궁금하오. 내가 준 구슬은 잘 가지고 있겠지요?” ​

“물론입니다” ​

무수옹은 품에서 오색찬란한 구슬을 꺼내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임금이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

"아니 그 구슬은 강물에 떨어졌다고 하던데……” ​

“그랬었지요. 하지만 이렇게 되찾았답니다” ​

무수옹은 생선 뱃속에서 구슬 을 되찾은 사연을 아뢰었습니다.
그러자 임금은 무릎을 치면서 탄복했습니다.​

“그렇구려 하늘이 준 복을 인간이 어쩌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소

노인장은 과연 무수옹(無愁翁) 입니다. 그려” ~​

그렇게 해서 노인은 임금한테까지 무수옹이라는 사실을 인정받고 남은 평생을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잘 살았다 고 합니다.​

''걱정도 근심도 다 자기 마음속 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걱정한다고 일이 해결되면 하루종일 걱정하겠다''​ᆢ

걱정 근심이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습니까?​
걱정도 근심도 기쁨도 행복도 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 하니 
마음 잘 다스려서 무수옹 같은 나날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