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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죽마고우가 있었다.

이종육[소 운(素 雲)] 2025. 2. 6. 16:43

"할수없네. 그냥 살 수밖에"


네 명의 죽마고우가 있었다.

현역에서 기관장 은행가 사업가 등으로 눈부시게 활동하다가 
은퇴후에 고향에서 다시 뭉쳐 노년기의 우정을 나누었다. 

날마다 만나 맛집 찾아 식도락도 즐기고 
여행도 하니 노년의 적적함 따위는 없었다.

어느날 한 친구가 말하기를

-우리가 지금은 괜챦지만 더 늙어 치매가 온다든지 
몹쓸병에 걸려 가족을 힘들게 한다면 그것도 못할 일 아닌가 
그래서 나는 비상약을 구할 생각이라네.

-무슨 비상약?

-응 내가 곰곰 생각해보니 잠자듯이 죽을 약이 없을까 생각 했다네.

수면제 같은 것은 처방전이 필요 할거고  
다른 방법은 번거롭고 주변이나 가족들에게 민폐이니 
옛날의 고전적인 방법을 찾아 냈다네.

-그게 뭔데?

-내가 들으니 복어알 말린 것이 최고라네. 
그 걸 먹으면 졸듯이 자울자울 하다가 고통 없이 간다 쟎아.

이리하여 네 친구는 비상약 한봉지씩을 
가족 아무도 몰래 소장하였다.

참을수 없는 비참한 노년을 위해.

80을 지나 옛날보다 만나는 회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생의 고비마다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줬다.

그사이 한 사람은 황혼 이혼을 했고, 
한 친구는 젊어 이혼한 전부인과 다시 황혼 재혼을.

한 사람은 부인이 암으로 상배를 했다.

혼자서 살고 있는 아버지가 안됬다고 
아들내외가 지극정성으로 합가 하자 해서 
전 재산을 사업자금으로 물려주고 합가를 했다.

이 소식을 들은 딸들은 모두 등을 돌리고, 
그 착했던 며느리는 노인 냄새 난다고 눈치를 주며 
얼굴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젊은 날의 카리스마, 그 위엄은 
종이 호랑이처럼 구겨진채 방구석에 버려져 있었다.

마누라 제사 날.

예수 믿는다고 제사도 안 지내고 딸들도 오지 않으니 
쓸쓸한 마음으로 친구들과 만나 밥을 먹고 난 뒤
내색 않고 추모관으로 아내를 찾아갔다.

-내가 갈께 여보 기다려.

그 날밤 절친들에게 짤막한 우정에 감사하는 글을 남기고 
딸들에게 절절한 사과 글을 남겼다.

아들 며느리에게는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다. 

간직해온 그 "비상약"을 꺼냈다. 
그것은 마치 비상약이 아닌  삶의 질곡으로부터 
탈출할 열쇠처럼 느껴졌다.

투명한 생수 한컵에 갈색 약을 털어 넣었다.

그리고 모처럼 편한 잠자리에 들었다.
자울자울 하다가 이제 저세상으로 가겠지
 이 세상 아무런 미련도 없도다.

다음날 아침. 세 친구들에게 온 메시지.

- 그 비상약 모두 버려 아무런 약효도 없어.-
복어 독도 오래되면 독이 모두 사라져버린 모양이었다.

친구들이 그렇게 힘들었으면 말을 하지 그랬느냐고 
앞으로 어쩔거냐 묻는 말에 힘없이 대답했다 

"그냥, 할 수없이 그냥 살아야지."
근디 자네들 만나니 왜 이리 반갑고 좋으냐?

<받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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