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랑시인 김삿갓 1-37 회 방랑길 떠나다 취옹정에서 돌아온 그날부터 김병연은 집을 나간 궁리만 골똘하게 하고 있었다. 가족들과 인연을 끊어 버리고 한평생을 떠돌이로 살아갈 결심이었다. 그러나 가족과 인연을 끊는다는 것이, 말은 쉬워도 실천에 옮기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말 한마디 아니하고 혼자 가슴을 태우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 김병연은 모처럼 굳게 먹었던 결심이 자꾸만 흔들렸던 것이다. (조부님에 대한 죄악도 용서받지 못할 일인데, 이제 집을 나간다는 것은 어머니에 대해 또 하나의 죄를 범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어머니를 생각하면 집을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아, 김병연은 날마다 얼빠진 사람처럼 방구석에만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어머니 이씨 부인은 아들의 비위를 건드리기가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