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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속의 게

이종육[소 운(素 雲)] 2022. 9. 10. 13:03

독속의 게

한국인의 안 좋은 습성을 풍자한 속담 중에 '독 속의 게'라는 말이 있다.

독 속에 게를 풀어놓으면, 서로 밖으로 기어 나오려 발버둥 친다.
그러다 결국 한 마리도 나오지 못한다.
밑에 있는 게가 올라가는 게를 끊임없이 물고당겨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중국인 1명이 봇짐을 들고 공항에 내리면, 중국인 10명이 십시일반으로 도와 가게를 낼 수 있게 해준다.

다음번에 다른 중국인이 오면, 이번에는 중국인 11명이 도와서 자리 잡게 한다.

한국인은 1명이 이민 오면, 10명이 달려들어서 벗겨 먹는다.
또 다른 한국인이 오면, 이번에는 11명이 달려든다.
한때 해외 동포들 사이에 돌던 얘기다.

영국에는 "부자가 되려면 부자에게 점심을 사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대체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사촌을 대접해 그의 지혜를 배울 줄 모른다.

우리는 넓은 세상, 큰 외적과 상대해 이길 생각보다는 같은 업종 가까운 이웃부터 밟고 올라서려는 것은 아닐까.

정치는 그런 동네가 된지 오래지만 자잘한 밥벌이까지 마찬가지인 것 같다. 모함과 비방도 서슴지 않는다.

몇 년 전 경기도 한 제과점 빵에서 쥐가 나왔다는 고발이 인터넷에 떴다.
경쟁 제과점 주인이 벌인 자작극이었다.

수원 어느 대학 앞 한 건물에 있는 대형 PC방 두 곳이 고객 유치를 놓고,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한쪽이 '시간당 요금 500원, 라면 500원'으로 손님을 부르자, 다른 쪽은 '시간당 300원, 라면 300원'을 내걸었다.
둘은 원래 동업까지 생각한 사이였다. 이제 "너 죽을 때까지, PC방 요금 무료!"까지 갔다.

"성범죄자도 PC방 차리나요?" 같은 인신공격 현수막도 마다하지 않는다. 양쪽 다 적자요, 출혈(出血)일 것이다.

그러나 상관없다.
중요한 건 상대를 끌어 내리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인근 업소들까지 죽는다.

무더운 여름날 사자와 멧돼지가 샘터에서 만났다.
둘은 서로 먼저 물을 먹겠다고 사납게 싸웠다.

잠시 숨을 고르고 보니, 멀리서 독수리 떼가 먼저 죽는 쪽을 먹어 치우려고 지켜보고 있었다.

사자와 멧돼지는 서로에게 말했다. "독수리 밥이 되느니, 친구가 되는 편이 낫겠다." 이런 얘기는 이솝우화에나 나오는 것이다.

안에서 우리끼리 사생결단 싸우다, 이민족 지배를 받은 쓰라린 경험을 했던 우리다.
그러니 아직 공생(共生)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특히 지금의 우리나라 정치판 싸움 구경을 보고 있으면, 독 속의 게 싸움이고, 진흙탕의 개싸움이다.

"태산에 부딪혀 넘어지는 사람은 없다.
사람을 넘어지게 하는 것은 작은 흙더미이다."
(韓非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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