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어와 놀이

견공(犬公)의 항변(抗辯)

이종육[소 운(素 雲)] 2022. 10. 13. 17:48

(선물) 견공(犬公)의 항변(抗辯)

나는 개(犬)올시다~!

듣자 하니 세상에
간사하고 간악한 것이
인간인 듯하오.

내 그래서 인간들한테
할 말이 있어 이렇게 나왔소.

사실 우리처럼
족속(族屬)들이 많은
동물도 없을 것이오.

살구가 맛이 없으면
개살구요,
나리꽃에도 못 끼면
개나리요,

망신도 큰 망신이면
개망신이요,
망나니도 큰 망나니 면 개망나니요,

지랄도 큰 지랄이면
개지랄이요,
뻔뻔한 얼굴은
개가죽이요,

번지르르한 기름은
개기름이요,
사람노릇 못하면
개새끼라,

미친듯이 쌍욕하면서 넘어가면 개거품 문다, 보잘 것 없으면
개떡이라,

개 씨 집안은 말 그대로 문전성시
(門前成市)요
도리 만당(桃李滿堂)이라~

도대체 우리 개들이 전생에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렇게 천대를 당하고 산단 말이오.

필요할 때엔 언제나 가까이 두고 이용해 먹는 가축이 바로
우리들이라 더욱 기막힌 일이라오.

돼지가 도둑을
지켜줄 수 없고,
소가 주인을 반기는 법이 없고, 염소가 주인을 도와 사냥을 할 수 없고, 닭이 식구와 같이 놀아주지 않는데,

왜 우리 개들은 인간들이 분풀이할 때마다 단골로 회자(膾炙) 되는지
모를 일이오.

따지고 보면 우리처럼
충직하고 의리있는
동물은 없을 것이오.

그 옛날 전라도 오수 라는 동네에서는
우리 조상(祖上) 한 분은 불에 타 죽을 주인을 살리려고
냇가에 가서 몸에 물을 묻혀 잔디를 흥건히 적시고는
장렬(壯烈) 하게
순사(殉死)? 하신 적이 있소.

또 어떤 동포는 물에 빠진 어린애를 구해 내기도 했다오.

인간이야말로 의리를 모르는 족속들이라오.

돈 때문에 어린 자식 을  Audi 차에 태우고
완도 앞 바다속에 뛰어드는 부모도 있고

유산을 받으려고
부모를 불에 태워 죽이는 자식놈도 있고,

노부모 모시기 싫다고 양로원에 갖다 버리는 놈도 많지요.

출세를 하려고 친구 를 배반하고 모함하는 놈. 권력을 얻으려고
어제는 한솥밥 먹던 동료를 오늘은 정적 으로 나서서 깔아 뭉개는 놈. 정치 모리배(政治謀利輩)

어려운 살림살이에
같이 고생하다가
돈을 좀 모으니까
조강지처 (糟糠之妻) 
버리는 놈, 참말로 더러운 세상이네.
오줌 벼락 맞아도 싸다.

모두 모두 의리를 모르는 인간들이오.

사냥할 때는
친구처럼 대하다가
사냥이 끝나니까
몸보신하기 위하여
육질을 맛있게 한다면서 몽둥이로 개패듯이 때려?
잡아서 끓여 먹질 않느냐 이 말이요,

그래서 토사구팽
(兎死狗烹)이란
말이 나왔지 않았오.

필요할 때는 친구하다 가 쓸모 없어지니까
매정(媒精)하게 돌아서는 게 인간이라 는 족속(屬)이라오.

너는 착하게 살아라.
모든 인간은 결국
세 가지 부류중의
하나일 것이오.

개보다 더한 놈이거나..

개보다 못한 놈이거나..

개 같은 놈 중의
하나일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