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 은 글

늙어가는 길...

이종육[소 운(素 雲)] 2024. 5. 7. 15:32

궂은비 내리는
아침에... 이원오시인의 시를 공감하실듯 해 올립니다

[황 혼-3]
                이원오
늙어가는 길...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무엇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지만
늙어가는 이 길은
몸이 마음과 같지 않고
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 밖만 바라보곤 합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어릴 적
처음 길은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
젊어서의 처음 길은
설렘으로 무서울 게 없었는데
처음 늙어가는 이 길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지팡이가 절실하고
애틋한 친구가 그리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도 가다 보면
혹시나 가슴 뛰는 일이 없을까 하여
노욕인 줄 알면서도
두리번 두리번 찾아 봅니다.

앞길이 뒷길보다 짧다는 걸 알기에
한발 한발 더디게 걸으면서 생각합니다.
아쉬워도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 모습만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하면서
황혼 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꽃보다 곱다는 단풍처럼
해돋이보다 아름답다는 해넘이처럼
그렇게 걸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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