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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지대"

이종육[소 운(素 雲)] 2024. 11. 18. 15:48

            "무법지대"

미국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바쁘게 살던 시절의 이야기다.

하루는 새벽 두세시경 분만실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는데 분만이 곧 이루어질 것 같다는 간호사의 말이었다.

미국에는 간선도로가 아닌 곳의 교차로는 대개 4 way stop sign 이 있어 교차로에 도착한 순서대로 진행하며 규칙에 의하면 차가 '덜컹'하고 완전 정차한 후에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급한 심정에 정차하는 척하면서 진행을 했다.

삼라만상이 모두 잠든 새벽시간 어디서 나타났는지 불을 번쩍이며 경찰차가 뒤쫓아 오는 것이 아닌가? 상황을 설명하였으나 경찰은 막무가내로 티켓을 끊고 불평이 있으면 몇날 몇시에 지방법원에 나와 판사에게 하소연하라고 하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과태료는 40불!

한국에서는 지불해야 하는 만기가 대단히 짧아서 곧 지불해야 하므로 잊어버릴 수가 없지만 미국에는 시민들의 주머니사정을 감안해 지불할 유예기간을 대략 3개월을 준다.

어차피 낼 돈이긴 하나 천천히 내자는 생각으로 미루다 그 사실을 까맣게 잊었다.

그 잊은 사실을 다시 상기하게 된 것은 2년 후 자동차 재등록시한이 되어 청구서를 받을 때였는데 등록세 외에  240불이 더 청구된 것이 아닌가?

연체된 기간의 이자를 포함해 그만큼 늘어난 것이었다. 자동차등록을 안하면 불법차량으로 간주되어 다음 교통위반 시에는 일이 더 커지지 않겠는가?

미국에서는 교통순경에게 잡히면 제일 먼저 보자고 하는 것이 차량의 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이기 때문이다.

내가 살던 곳이 유명대학교들이 몰려있는 캠퍼스 타운이었는데 한번은 유학생의 부인이 분만을 위해 나를 찾았다. 

보험도 변변치 못하던 시절 정상분만을 하기로 되었던 것이 마지막으로 아이가 거꾸로 서는 바람에 부득불 제왕절개로 분만을 하게 되었다.

갑자기 경비가 늘어난 부부는 어느 정도를 지불하고 매달 페이먼트 형식으로 미납금을 지불할 것을 약속하고 퇴원했다.

그런 가운데 귀국시간이 되자 얼마의 꼬리를 남긴 채 귀국해 버리고 말았으니 아마 돈이 굳었다며 쾌재를 불렀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8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유학생은 미국계 은행에 취직하여 유복하게 살던 중 업무 차 LA 공항으로 입국하는데 자판을 두드려 보던 이민국 직원이 급히 경찰을 부르더니 그를 체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8년전 병원에 체납한 미지급액이 이자와 함께 8천불로 늘어났고 그는 지인에게 연락한 후 급히 돈을 마련하여 지불하고 공항을 벗어날 수 있었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 의하면 교통법규 위반으로 부과된 과태료를 상습체납한 인간들 중 상위권 100명의 체납액이 무려 314억에 이르고 있으며 특히 참피온 타이틀을 가진 인간은 임某라는 자로 교통법규 위반의 숫자가 2만 건에, 체납액이 16억에 이르며 2위를 기록한 인간은 김某라는 자로 위반건수가 만2천건에 이르며 누적체납료는 10억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가 회수하지 못한 총 체납료가 무려 1조 2360억에 이른다고 하니 과연 이땅에 법이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한 결 같은 공통점은 비싼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는 점과 어떤 인간은 소유 차량이 14개인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이들의 하는 사업이 반드시 어렵다는 사실이다.

 2만건이 넘을 동안 관계부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고 싶으며 법규를 무시하고도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한 결과로 미수금의 총액이 1조를 넘지 않았겠는가? 

교통법규위반의 많은 부분이 과속인 점을 감안할 때 선량한 시민들의 인명피해의 위험도 그만큼 증가하지 않겠는가?

이런 인간들은 운전할 자격조차도 없으므로 면허 취소는 물론 자동차를 소유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하루의 해가 정쟁으로 시작하여 정쟁으로 끝나는 국회가 이런 법안을 기초하고 토의하여 통과시킬 시간이 있겠는가?  따라서 정부의 시행령으로라도 법을 강행할 수 있어야 한다.

지켜지지 않는 법이 무슨 법인가? 마키아벨리는 인간은 양심에 맡길 수는 없는 존재며 오로지 제도로만 제어할 수 있는 존재라고 했다. 

2,600년 전 희랍의 사회에서도 이런 풍조가 만연했던 듯 역사적으로 최초의 법조인으로 기록된 Solon 이 법은 마치 거미줄과 같아 작은 벌레는 걸려들지만 '큰 벌레'는 뚫고 나간다고 말한 것이 '法網' 이라는 단어의 기원이 되었다.

혹자는 말하기를 법은 애당초 필요없는 물건이라 하며 선한 인간들에게는 법이 필요없고 악인들에게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시대의 '큰 벌레'인 이재명이 이번에도 거미줄을 뚫고나갈 것에 삼천만이 잠을 설치지 않았겠는가?   
11/15/2024     박인철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