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시인 김삿갓 2-55 회 「한 사람의 범인을 관대하게 보아 주기 위해 마을 사람 전체가 도둑의 구멍을 쓰고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옵니다. 그러므로 누가 무슨 소리를 하든 간에 범인만은 분명히 밝혀 내야 합니다.」 도둑이 누구인가를 밝혀 내자는 마을 사람들의 주장은 너무도 당연한 이론이었다. 범인이 마을 사람인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범인을 밝혀내지 않으면, 모든 사람들이 도둑의 혐의를 받으며 살아가야 할 것이니, 그처럼 불쾌한 일이 어디 있을 것인가. 무봉은 계원들의 그러한 심정을 알고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자네들의 심정은 나도 충분히 이해는 하겠네. 그러나 자네들의 주장대로 범인을 밝혀 놓고 보면, 그 사람의 입장이 얼마나 거북할 것인가 말일세. 호랑이도 쏘아 놓고 보면 불쌍하게 여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