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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락(獨樂)

이종육[소 운(素 雲)] 2022. 7. 13. 16:12

♡ 독락(獨樂)

늙는다는 것은 분명(分明) 서러운 일이다. 늙었지만 손끝에 일이 있으면 그런대로 견딜만하다.

쥐고 있던 일거리를 놓고 뒷방 구석으로 쓸쓸하게 밀려나는 현상(現狀)을 은퇴(隱退)라는 고급스런 낱말로 포장(包裝)하지만 뒤집어 보면 처절(悽絶)한 고독(孤獨)과 단절(斷絶)이 그 속에 숨어있다. 그래서 은퇴(隱退)는 더 더욱 서러운 것이다.

방콕이란 단어(單語)가 은퇴자(隱退者)들 사이에 유행(流行)하고 있다. 세간(世間)에서는 그들을 화백(화려한 백수), 불백(불쌍한 백수), 마포불백(마누라도 포기한 불쌍한 백수) 등으로 나누고 있다.

화백이든 불백이든 간에 마음 밑바닥으로 흐르는 깊은 강(江)의 원류(源流)는 "눈물 나도록 외롭다."는 사실(事實)을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화백도 골프 가방을 메고 나설 때 화려할 뿐이지 집으로 돌아오면 심적 공황상태인 방콕을 면치 못한다. 집단에 소속되지 못하고 지속적(持續的)인 노동(勞動)의 즐거움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어제 진 태양(太陽)은 오늘 다시 떠오르지만 은퇴자(隱退者)들은 어제도 오늘도 갈 곳이 없다.

이럴 때마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선생(先生)의 독립(獨立)이란 시(詩)를 기억(記憶)하며 혼자 웃는다.

대지팡이 짚고 절간에나 노닐까 생각다가 그냥 두고 작은 배로 낚시터나 가 볼까 생각하네
아무리 생각해도 몸은 이미 늙었는데 작은 등불만 예정(豫定)대로 책(冊) 더미에 비추네

곰곰히 생각해보면 방콕이 독락(獨樂)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映畵)나 책(冊)을 둘이 나란히 앉아서 본다고 두 사람이 함께 보는 것인가...?  아니다.

나는 내 것을 보고, 너는 네 것을 볼 뿐이다. 그래서 생애(生涯)도 혼자서 죽음도 홀로 맞는 것이다
모든 위대(偉大)한 것들은 모두 홀로이다. 태양(太陽)이 그렇고 하느님이 그러하다. 태양(太陽)에 암수가 없고, 아버지 하느님과 어머니 하느님이
함께 계시는 것이 아니다.

온리 원(Only one)이란 고독(孤獨)이 얼마나 위대(偉大)한 존재(存在) 인가를 알게 해준다.

경주(慶州) 안강의 자옥산(紫玉山) 기슭으로 낙향(落鄕)한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선생(先生)도 독락당(獨樂堂)을 짓고 인고(忍苦)의 7년 세월(歲月)을 외로움과 함께 버텨냈다. 사무치도록 외로웠기 때문에 담을 헐어낸 자리에 살창을 끼워서 계곡(溪谷)의 물소리를 눈으로 들으면서
세월(歲月)을 보냈다.

조선조(朝鮮朝) 초(初)의 학자(學者) 권근(權近)의 독락당기(獨樂堂記)를 보면 홀로 하는 즐거움이 일목요연(一目瞭然)하다.

봄꽃과 가을달을 보면 즐길만한 것이지만,
꽃과 달이 나와 함께 즐겨주지 않네.
눈 덮힌 소나무와 반가운 빗소리도 나와 함께 즐기지 못하니 독락(獨樂)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글과 시(詩)도 혼자 보는 것이며, 술도 혼자 마시는 것이어서 독락(獨樂)이네.

옛 선비들의 독락(獨樂)에는 다분히 풍류적(風流的)인 즐거움이 서려 있지만, 오늘 날의 백수(白手)들이 곧잘 읊조리는 방콕에는 궁상(窮狀)과
자탄(自嘆)이 한숨처럼 베어있다.

강산(江山)과 풍월(風月)은 원래 주인(主人)이 없고, 한가로운 사람이 바로 주인(主人)이라고 했다. 홀로 독락(獨樂)을 못 즐길 양이면 풍월(風月)의 주인(主人)이라도 되어야 할 일이다.

풍월(風月)의 주인(主人)은 정년(停年)도 없고 은퇴(隱退)도 없다. '문밖 나서니 갈 곳이 없네' 란 말은 입밖에도 내지 말자.

오늘도 힘을 내시고 막걸리 한 잔(盞)에 월하독작(月下獨酌)하면서 후년(後年)의 세월(歲月) 더 즐겁고 행복(幸福)한 모습으로 늙어갈 수 있도록
낭만(浪漫)결기(決起)를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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