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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겨울의 시, 두篇 ]

이종육[소 운(素 雲)] 2025. 3. 16. 14:49

     [ 그 겨울의  시, 두篇 ]


     < 구 들 목 >

              박 남 규


검정 이불 껍데기는 광목이었다.
무명 솜이 따뜻하게 속을 채우고 있었지
온 식구가 그 이불 하나로 덮었으니 방바닥만큼 넓었다


차가워지는 겨울이면
이불은 방바닥 온기를 지키느라
낮에도 바닥을 품고 있었다


아랫목은 뚜껑 덮인 밥그릇이 
온기를 안고 숨어있었다
오포 소리가 날즈음, 밥알 거죽에 
거뭇한 줄이 있는 보리밥 
그 뚜껑을 열면 반갑다는 듯 
주루르 눈물을 흘렸다.


호호 불며 일하던 손이 방바닥을 
쓰다듬으며 들어왔고 
저녁이면 시린 일곱 식구의 발이 모여 사랑을 키웠다.
부지런히 모아 키운 사랑이 
지금도 가끔씩 이슬로 맺힌다


차가웁던 날에도 시냇물 소리를 내며 
콩나물은 자랐고,
검은 보자기 밑에서 고개 숙인 
콩나물의 겸손과 배려를 배웠다


벌겋게 익은 자리는 아버지의 자리였다.
구들목 중심에는 책임이 있었고 때론 배려가 따뜻하게 데워졌고 사랑으로 익었다


동짓달 긴 밤, 고구마 삶아 쭉쭉 찢은 
김치로 둘둘 말아먹으며 정을 배웠다.
하얀 눈 내리는 겨울을 맞고 싶다.


검은 광목이불 밑에 
부챗살처럼 다리 펴고
방문 창호지에 난 유리 구멍에 
얼핏 얼핏 날리는 눈을 보며 
소복이 사랑을 쌓고 싶다.


          ----------

이 시를 읽으니 
할머니, 부모님, 형님과 누나들, 여동생 그리고 조카까지 4대, 
열식구가 넘는 식구들이 법석이던 고향집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그 얼굴들이 보고 싶습니다. 

사람은 
곁에 누군가가 함께 있어야
심신이 건강해지는 존재랍니다.
함께 밥을 먹든지, 
함께 얘기 하든지, 
함께 일을 하든지,
함께 잠을 자든지....

이런 것들이 안되면 
자주 아프고 서글퍼져
몸과 마음에 바람이 들고 구멍이 난답니다.

'나 혼자가 아니구나'하는 위로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당신의 따듯한 말 한마디, 
미소 한모금을 건내 보십시오.
그가 마음에 쌓인 아픔을 털고 
훌훌 일어 날 겁니다.

삶은 짧고 인생의 동반자들을 기쁘게 해줄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그러니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서둘러 따끈따끈한 구들장을 내어 주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 옮겨 받은 글 입니다)


       ◇◇◇◇◇◇◇◇


     < 그 겨울의 시 >

                      박  노  해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

박노해 시를 감상하니 
어린 시절이 생각 났다.

시골집에
연탄보일러가 들어오기 전에는 
아궁이에 불을 때서 구들장을 덥혔다. 
겨울에는 
장작이나 갈퀴나무가 헛간에 쌓여 있었다. 

아버지는 
가을걷이가 끝나면 
산에 나무를 하러 다니셨다. 
지게에 장작을 지고 오셨고, 갈퀴나무를 
한짐씩 지고 오시면 
대문을 활짝 열어 드렸다. 아버지는 
헛간에 땔감을 차곡차곡 쌓으며 흐뭇해하셨다.

시골집은 유난히 추웠다. 문풍지 사이로 들어온 바람은 
이불을 머리끝가지 올려도 소용이 없다. 
방바닥은 뜨겁고 공기는 차가웠다.

초저녁에는 
나무를 때서 방이 뜨끈해진다. 
잠자기 전에 
군불을 한번 더 때는 날에도 새벽녘에는 
구들장이 식어서 방바닥에 온기가 없어진다.

아버지는 
작은방에서 혼자 주무셨다. 우린 
서로 엄마 옆에서 자려고 자리싸움을 했다. 
여동생, 남동생은 
항상 엄마를 안고 잘 수 있었다. 
난 
엄마 양쪽에 누워 잠이 든 동생들이 부러웠다. 

어느 날 밤에는 
막내가 잠들기를 기다렸다. 막내가 잠든 걸 확인하고 엄마 곁에서 떼어 
한쪽으로 밀어냈다. 
드디어 엄마를 차지할 수 있었다. 
잠이 든 엄마 배위에 손을 얹으면 
따뜻한 체온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아버지는 새벽에 일어나셔서 군불을 지핀다. 싸늘했던 방바닥이 점점 따뜻해지면 
아버지가 군불을 때신 것이다. 

아버지는 과묵 하셨지만 사랑실천을 행동으로 하신 분 이시다. 
박노해 시인의 
<그 겨울의 시> 를 읽으니 어린시절이 생각났다.

 이제는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가 생각나는 날이다.

      ( 옮겨 온  글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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