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 은 글

🌸어 머 니

이종육[소 운(素 雲)] 2025. 5. 9. 16:19

🍃🌸어 머 니

  어머니 
  당신 뱃속에
  열달동안 
  세들어 살고도  
  한달치 방세도 
  못냈습니다.

  몇년씩이나 
  받아먹은
  생명의
  따뜻한 우유값
  한푼도 
  못 갚았습니다.

  이승에서 
  갚아야 할 은혜
  저승까지 
  지고 가는 
  뻔뻔한 자식입니다.

  홀쭉해진 
  허리춤은 
  우리 엄니 
  걸어온 길이러니

  행여하고 
  뒤 돌아보니 
  울엄니
  보이지 않고

  빨간꽃 한송이
  내 가슴에 
  피었더이다

  잘 살아 보자고 
  격동기 시절, 
  허리띠 졸라매고 
  우는 아이 달래며 
  항상 
  우리 곁에
  함께 하시던 
  어머니 !

  어머니의 
  그 거친 손길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광대무변 
  우주 속에 
  나를 
  탄생시키시고 
  한줄기 빛으로 
  밝은 웃음 
  길러주신 어머니

  아름다운 
  당신의 
  그 이름속에는
  바다가 
  있었습니다

  어머니 ! 
  이 한마디 보다 
  더 큰 위안은
  이 세상에 없더이다

♡어머니의 말 편지
              
아들아 딸아 
맞선 한번 안 보고 
동네 아저씨 소개로 
어린 나이에 너네 아버지 만나 
평생을 끼니 걱정하며 살았다 
부엌 쌀 항아리 부둥켜 운 적도 있었고 

때론 옷고름 씹어 가며 눈물을 참아가며 살았다 
엄마는 글자를 배운 적 없었고 
집에 가는 버스도 모른단다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말로 글자를 읽는구나 

그리고 섣불리 행동한 적도 없고 
그저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긴 채 살았다 

아들아 딸아 
이 엄마가 까막눈이라고 누가 그러더라 
하지만 부끄러운 행동 단 한 번도 하지 않고 깨끗하게 살았다 

고무신 뒤꿈치 바늘로 꿰어 가며 열심히 산 죄밖에 없단다 

낮에는 해 구름이 친구였고 밤에는 달과 별이 벗이었다 
자식새끼 입에 밥 들어갈 때가 제일 행복했단다 

아들아 딸아 
이 다음에 행여 내가 너의 얼굴을 몰라 보는 날이 오거들랑 나를 창살 없는 요양원 입원 시켜다오 

그런 날이 안 오기를 엄마는 밤마다 기도를 하며 눈을 감는다 

아들아 딸아 
너네들 어릴 때 천기저귀에 똥 싸도 
이 엄마는 그거마저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어쩔 줄 몰랐다 

이 다음에 내가 기저귀에 똥을 싸거든 너네들은 치우지 말고 간병인에게 맡기거라 

그러면 된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면 돼 이유는 묻지 말고 알었지... 
왜 대답을 못 하니 그래도 괜찮다

엄마의 말 편지를 끝까지 읽어 줘서 고맙구나

요즘은 눈 감는 연습하며 잔단다 
새벽에 뒷산 종달새 우는 소리를 들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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