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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부부의 하루

이종육[소 운(素 雲)] 2024. 10. 2. 13:15

어느 부부의 하루

매일 맞는 날이기에 자칫하면 우리는 “하루”라는 시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루의 삶은 누구에게나 소중합니다. 아니,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하루는 1년의 축소판이나 인생의 축소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 해가 저물어간다” 혹은 “인생의 황혼”이라는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하루가 소중한 것은 하루 동안에 많은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하루 동안에 사람이 태어나기도 하고 죽기도 하며,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며 천지가 개벽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너는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 하루 동안에 무슨 일이 날런지 네가 알 수 없음이라” (잠 27:1). 하루가 의미심장한 것은 하루가 모여서 한 주간, 한 달, 한 해를 이루며 사람의 일평생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자녀들은 선물로 받은 하루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주님의 뜻 가운데 최선을 다함으로 영원에 잇대어 사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저는 오늘 어느 70대 노부부의 하루의 삶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는 매일 아침 자명종 소리에 뻐근하고 아픈 온 몸을 뒤척거리다가 아내를 깨울까 봐 신음소리를 참으며 조용히 일어나 이불을 개고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도 새로운 날을 선물로 주시고 움직일 수 있는 힘과 건강을 주심에 감사하며 하나님의 뜻 가운데 쓰임 받기를... 그리고는 고통스러운 몸을 스트레칭 해준다. 이는 오랜 세월 아내 간병으로 굳어진 근육과 수년전에 생긴 허리 디스크 통증으로 인하여 먼저 적절한 운동을 하지 않고는 자신의 몸을 가눌 수도 없고 중증 장애인 된 아내를 간병하며 일상을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곧이어 그는 밤새 꼼짝도 못하고 누워있던 아내에게 가벼운 키스와 함께 하루의 돌봄을 시작한다. “여보, 잘 잤어? 사랑해.” 그리고 제일 먼저 시작하는 일은 밤새 흘러내린 소변백을 비우고 소독하며 동시에 낮에 사용하는 leg bag (다리에 맨다 하여)으로 바꿔주는 일이다.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아내 간병을 시작하는데 밤새 굳어진 사지를 스트레칭 해주고, 양치해주고, 온 몸을 찬 물수건으로 깨끗이 씻어 주고 주 2회 샤워도 시켜준다. 그 후에 얼굴과 몸에 로션을 발라주고는 옷을 입혀준다. 그리고는 드디어 아내를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겨준다. 이렇게 매일 아침 일어나서 휠체어에 앉기까지는 약 3시간 이상이 소요되며 주5일 (월-금)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기까지는 매일 총 4시간 이상 걸린다.

드디어 약 16시간만에 침대에서 일어나 휠체어에 앉게 되지만 심한 저혈압(75/55)으로 어지러워 금방 졸도하는 경향이 있어 휠체어에서 살짝 누운 자세(tilting)로 식사도 하고, 차도 타고, 예배에도 참석하고, 남편과 함께 사역에 동참한다. 어깨 아래로 전신이 마비상태라서 코가 나와도 풀 수 없고 머리가 가려워도 긁지 못하고 감기로 가래가 차도 스스로 뱉어내지 못하여 폐렴으로 발전하기 쉽고, 엉덩이 욕창이 자주 생기는 등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삶을 매일 살고 있다. 그러니까 그녀는 24시간 누군가 곁에서 돌봐줘야 하는 중증장애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영적으로나 정신적으로는 누구보다도 장애가 없는 생명력이 넘치는 삶을 살고 있다. 그 비결은 그녀가 하나님의 말씀을 즐거워하여 주야로 묵상하며 암송하는 덕분이다(시1:1~2). 그녀에게는 그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하나님의 살아계신 말씀(약 3,800절)이 그의 심령 속에서 역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물 한모금도 마실 수 없지만… 그녀는 말씀을 가장 많이 암송한 날이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고백한다. 특별히 통증이 너무 심해 잠을 이룰 수 없을 때에도 하나님의 말씀을 암송함으로 무서운 통증을 이겨내고 부정적인 생각을 몰아낸다. 그녀는 늘 사역의 중심에서 장애회원들의 사정을 살피어 권면하고 격려하며 사역의 사각지대까지 살피는데 이는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요 은사이다.

일을 마치고 귀가하면 남편은 젖 먹던 힘을 다하여 아내를 들어 침대에 올려준 다음 사지를 스트레칭 해준다. 척추 장애인들은 아무리 더워도 땀을 흘리지 못하며 대소변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 사실, 배가 부른지 고픈지 느낌조차 없다. 그래서 좌약을 사용하거나 관장을 한다. 그녀의 경우 아침시간이 너무 분주해서 저녁에 대사를 치르는데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몸이 성한 사람으로서는 이해할 수도, 감당할 수도 없는 많은 어려움을 마비 장애인들은 감내해야 한다. 지금까지도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왔고 오늘도 내일도 그 분의 은혜가 아니면 살아갈 수 없다. 그녀가 매일 빠뜨리지 않는 기도의 내용 중 하나는 남편보다 먼저 천국에 불러달라는 간구이며, 그의 기도 역시 아내보다 하루라도 더 오래 살면서 부르시는 그날까지 잘 돌볼 수 있는 힘과 건강을 달라는 기도이다. 그래서 그는 출근하기 전 그 바쁜 시간에도 푸시업을 60회 정도하고 저녁에는 걷기 운동을 하면서 기도한다.

1년 365일 하루도 쉴 수 없는 매일의 삶 속에서 이들 부부가 감사하며 사역에 헌신하며 부르신 부름에 끝까지 충성할 수 있는 것은 천국에 소망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쉼과 안식은 천국에서나 누릴 수 있는 것이기에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허락하시는 동안 구원받기로 작정된 수많은 장애인들과 소외된 지구촌의 가난한 심령들에게 그리스도의 평안의 복음을 전하는 비젼을 가지고 있다.

매일 저녁 8시에 아내의 간병을 시작하면 밤 10시가 넘어야 노동과도 같은 하루의 일이 끝나고 그때부터 그의 조용한 시간을 갖게 된다. 지난 8월에 사고난지 만 35년이 되었건만 마치 긴 하루처럼 살아왔다는 그는 주님께서 친히 모든 눈물을 씻겨주실 (계21:4) 날을 사모한다. 그들은 훗날 천국에서 만날 아이들에게 자랑스런 엄마 아빠요, 정결한 그리스도의 신부(고후11:22) 로서 재회의 날을 고대한다. 그는 오직 천국에 소망을 두고 자기 몸 이상으로 아내를 돌보며 오늘이 마지막 날일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여러분은 주어진 하루를 무엇을 위해,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고 계십니까? 혹시 천국보다는 이 세상에 더 미련이 있는 것은 아닌지요? 우리 주님께서 다시 오실 날이 가까이 오고 있습니다. 주님을 맞이할 준비하는 하루 하루의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마라나타!

박모세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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