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 은 글

" 어느 여인의 誓願 "

이종육[소 운(素 雲)] 2024. 10. 1. 14:25

       " 어느 여인의 誓願 "

친정에 가면
어머니는 꼭 밥을 먹여 보내려 하셨다.
어머니는 내가 친정에 가면
부엌에도 못 들어오게 하셨고
오남매의 맏이라 그러셨는지
남동생이나 당신 보다
항상 내 밥을 먼저 퍼주셨다.

어느 날 오랜만에 친정에서
밥을 먹으려는데 여느 때처럼
제일 먼저 푼 밥을 내 앞에 놓자
어머니가 "얘 그거 내 밥이다"
하시는 것이었다.

민망한 마음에
"엄마 웬일이유?
늘 내 밥을 먼저 퍼주시더니..."
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게 아니고, 누가 그러더라
밥 푸는 순서대로 죽는다고
아무래도 내가먼저 죽어야 안 되겠나."
그 뒤로 어머니는 늘 당신 밥부터 푸셨다.
그리고 그 이듬해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 얘기를 생각하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남편과 나, 중에 누구의 밥을 먼저 풀 것인가를 많이 생각 했다.
그러다 남편밥을 먼저 푸기로 했다.

홀아비 삼년에 이가 서 말이고
과부 삼년에는 깨가 서 말이라는
옛말도 있듯이 뒷바라지 해주는
아내 없는 남편은
한없이 처량할 것 같아서이다.

더구나 달랑 딸 하나 있는데
딸아이가 친정아버지를 모시려면
무척 힘들 것이다.
만에 하나 남편이 아프면 어찌하겠는가?
더더욱 내가 옆에 있어야 할 것 같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고통스럽더라도 내가 더 오래 살아서
남편을 끝가지 보살펴주고
뒤따라가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때부터 줄곧 남편 밥을 먼저 푸고있다. 남편은 물론 모른다.
혹, 알게 되면 남편은 내 밥부터 푸라고 할까?
남편도 내 생각과 같을까?
원하건대 우리 두 사람, 늙도록 의좋게 살다가 남편을 먼저 보내고
나중에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  진솔한 부부사랑 이야기 이기도 하지만 어머니의 자식사랑, 자식의 부모사랑이 겹겹이 표현되고 있어 감미롭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글이었습니다.

요즈음 사랑은 표현해야 하는 시대로 알고있습니다만 이 글처럼 푹 익힌 "누룽지"같은 사랑의 포근하고 넘치는 맛을 너무 잊어버리고 표면적 표현으로만
변해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아침입니다.
ㅡ옮긴 글ㅡ


굿   모닝~~♡

- 이 글은 한번쯤 읽어 보신거 겠지만 너무 아름다워서 ~~^^

눈으로 그린 사랑-

봄이
그려지는가 싶더 니
여름이 지나가고
산마다
단풍잎 물들이는 가을이
왔나 싶더니

겨울이 머물러 있는 이 마을엔
   달과 별들도 부러워한다는
                 금실 좋은
    노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밭에 일하러 나간다는
할아버지의 등 뒤엔 지게가 아닌
할머니가 업혀져 있었는데요

“임자...
밖에 나오니 춥지 않아~~?“

“영감 등이 따뜻하니까 춥지 않네요”

앞을 못 보는
할머니를 업고 다닌다는 할아버지는

“임자..
여기서 앉아 쉬고 있어
밭에 씨 좀 뿌려놓고 올테니...“

씨앗 한 움큼을 던져 놓고
할머니 한번 쳐다보는 것도 모자라

“초가 삼가..♬
집을 짓는 ♪내 고향 정든 땅♪♩“

구성진 노래까지 불러주고 있는 모습에

   이젠 할머니까지 손뼉을 치며
따라 부르고 있는 게 부러웠는지
           날아가던 새들까지
  장단을 맞추어주고 있는 걸 보는
           할아버지의 눈가는
      촉촉이 젖어오고 있었는데요

           “나만 볼 수 있는 게
                   미안하다며....”

      눈물짓고 있는 할아버지는

​            봄처럼 푸른 새싹을
              여름 햇살에 키워

​         가을을 닮은 곡식들로
   행복을 줍던 날들을 뒤로한 채
    찬 서리 진 겨울 같은 아픔을
         맞이하고  말았는데요

  고뿔이 심해 들린 읍내병원에서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소리에
  할머니 몰래 진찰을 받고 나오는
            할아버지의 얼굴엔
        하얀 낮달이 앉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걸
할머니에게 말하지 않은 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산과 들로 다니며
        행복을 줍고 있었지만

​                     갈수록
​         할머니를 업기에도..
         힐체어를 밀기에도...

​힘에 부쳐가는 시간을 들키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만 있었습니다

노부부의
앞마당 빨랫줄에 매달려
놀고 있던 해님이

       달님이 불러서인지
    점점 멀어지고 있을 때

“임자...
됐어…. 됐다구“

“읍에 갔다 오더니 뭔말이래요~/?“

“그동안 고생했어.”

할머니에게
망막 기증을 해준다는 사람이
나섰다며

봄을 만난 나비처럼
온 마당을 들쑤시고 다니고 있는
할아버지의 애씀이 있어서인지

시간이 지나
할머니는 수술대에 누워 있습니다

“임자..
수술 잘될 거니까 걱정말어”

“그래요....
이제 나란히 손잡고 같이 걸어갑시다“

이다음에
    저승에서 만나면
            꼭 그렇게 하자는 그 말은

            차마 하지 못한 채
돌아서는 할아버지가 떠나시면서
남기고 간 선물로 눈을 뜬 할머니는

               펼쳐진 세상이
        너무나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시더니
     이내 할아버지를 찾습니다

“임자....
이제 그 눈으로 오십 평 생 못 본 세상 실컷 보고 천천히 오구료
세상 구경 끝나고 나 있는 곳으로
올 땐 포근한 당신 등으로 날 업어
떨어져 있던 시간만큼 못다 한 이야기나 해주구려“

비록 멀어졌지만

                우린 함께
   세상을 보고 있는 거라고....

씌여진
    편지를 읽고 난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잠들어 있는 하늘가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Daum 메일앱에서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