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 은 글

👣 길 길은 사람들이 정말 자주 쓰는 흔한 말입니다.

이종육[소 운(素 雲)] 2024. 10. 29. 15:02

     
👣 길         

길은 사람들이 정말 자주 쓰는 흔한 말입니다.
나는 이상하게  
이 한 글자 단어가 오래  
전부터 참 좋았습니다.  

그 어감이 입에 착  
감깁니다.   
긴 세월(歲月)  
참 친구(親舊)처럼  
다정(多情)하게  
긴 여운(餘韻)을 줍니다. 

‘에움길’ 
이 뜻을 모르는 이도  
많을 거 같습니다.  
‘빙 둘러서 가는  
멀고 굽은 길’  
이라는 뜻입니다.  

둘레를 빙 '둘러싸다’ 는  
동사(動詞) ‘에우다’에서  
나왔습니다. 
  
지름길은 질러 가서  
가까운 길이고,  
에움길은 에둘러 가서  
먼 길입니다.  

‘길’은 순수(純粹)  
우리말입니다.  

한자(漢字)를  쓰기 전 
부터 길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신라(新羅) 향가(鄕歌) 
에도 나옵니다.  
길을 칭하는 말들은  
거개가 우리말입니다.  

그런데 길 이름에는  
질러가거나 넓은 길보다   
돌아가거나 좁고 험한  
길에 붙은 이름이  
훨씬 많습니다.  

우리 인생사(人生事)처럼 말입니다. 

집 뒤편의 뒤안길,  

마을 좁은 골목길을 뜻하는 고샅(길),  

꼬불꼬불한 논두렁 위로 난 '논틀길',  

거칠고 잡풀이 무성한 '푸서릿길',  

좁고 호젓한 '오솔길', 
  
휘어진 '후밋길',  

낮은 산비탈 기슭에 난 '자드락길' 

돌이 많이 깔린 '돌서더릿길'이나 ' 
돌너덜길',  

사람의 자취가 거의 없는 '자욱길',  

강가나 바닷가 벼랑의 험한  '벼룻길'. 

'숫눈길’을 아시나요?  

눈이 소복이 내린 뒤 아직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그대의 첫 발자국을  
기다리는 길입니다. 

‘길’이란 단어는 단어 자체만으로도  
참 문학적(文學的)이고 철학적 
(哲學的)이고 사유적입니다.  

‘도로(道路)’나 ‘거리(距離)’가 주는  
어감(語感)과는 완전다릅니다.  

‘길’은 단순(單純)히 사람들이  
밟고 지나 다니는 것만을  
의미(意味)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길이 없다” 거나  

“내 갈 길을 가야겠다”라는 표현에서  
보듯 길은 삶에서의 방법이거나  
삶 그 자체입니다. 

영어 ‘way’도 ‘street’와 달리 같은  
중의적 의미를 갖습니다.  
서양(西洋) 사람들도 길에서 인생을  
연상하는구나 싶어 신기했습니다. 

불교(佛敎)나 유교(儒敎), 도교(道敎)  
등 동양(東洋) 사상(思想)에서의  
공통적(共通的) 이념(理念)도   
'도(道)'"라고 부르는 길입니다. 

우리는 평생(平生) 길 위에 있습니다. 

누군가는 헤매고, 누군가는  
잘못된 길로 가고, 누구는  
한 길을 묵묵히 갑니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길도 있습니다.  

탄탄대로가 있으면  
막다른 골목도 있습니다.  

세상(世上)에  같은 길은  없습니다.   
나만의 길만 있을 뿐입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덜 다닌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길은 목적지(目的地)에 가기  
위해서도 존재(存在)하지만  
떠나기 위해서도 존재합니다. 

‘길을 간다’ 라는 말보다 ‘  
길을 떠난다’ 는 말은 왠지 낭만적 
이거나 애잔하거나 결연합니다.  

결국 우리는 길 위에서 길을 물으며  
살아가는 겁니다.  

그게 입신양명(立身揚名)의  
길이거나, 고행(苦行)의 길이거나,  
득도(得道)의 길이거나,  
산티아고 길이거나, 바이칼 호수의  
자작나무 숲길이거나,  
동네 둘레길이거나 ~~ 

우리네 인생이 곧 길이요,   
우리의 발이 삶입니다.   
결국은 ‘마이 웨이’를 가는 겁니다.   
지름길을 택할 것인가, 
에움길로 돌아서 갈 것인가.  

인생길은 결국은 속도(速度)와  
방향(方向)의 문제(問題)입니다.  

지름길로 가면 일찍 이루겠지만'  
그만큼 삶에서 누락(漏落) 되고  
생략(省略)되는 게 많을 것입니다.  

에움길로 가면 늦지만  
많이 볼 것입니다.  
꽃구경도 하고, 새소리 바람소리도 
듣고, 동반자와 대화(對話)도  
나눌 것입니다 . 

사랑도 그렇지 않을까?   
모든 사랑은 차표(車票) 한 장으로  
쉽게 가는 지름길이 아니고,  
수만 갈래의 에움길을  
돌고 돌아서 이루는 것입니다. 

여기, 사랑의 신산함을 에움길로 
 묘사(描寫) 한 명시가 있습니다.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나의  생애(生涯)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하나의 에움길이었다...” 

오늘도 자신의 길을  
저벅저벅 걸어가는 님의 길을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