暑中問安
초복 중복도 지나고, 小暑(소서) 大暑(대서)도 다 물러났지만 三伏(삼복) 더위만은 계속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즈음입니다.
저의 각급 학교 同門(동문), 혈연으로 맺은 宗族(종족), 지역·사회 관계망의 知人(지인) 여러분께 暑中問安(서중문안) 드립니다.
올해는 특히 지구 온난화로 게릴라 호우에, 기습적인 폭염에다 초열대야로 우리 서민들의 일상생활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봄에는 踏靑(답청), 여름에는 濯足(탁족)놀이와 서중문안을 주고받으며 그나마 생활의 여유를 즐겼습니다만 오늘의 우리는 각박한 세상에 그저 허덕이고만 있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여름 무더위를 나타내는 한문 용어로는 불 火 두 개로 이루어진 뜨거울 炎자가 들어가는 庚炎(경염), 伏炎(복염), 盛炎(성염), 蒸炎(증염), 暴炎(폭염), 酷炎(혹염), 炎暑(염서), 炎陽(염양), 炎熱(염열), 炎威(염위), 炎天(염천), 炎赫(염혁), 炎歊(염효) 등이 있으며, 이 외에도 무더위를 표현하는 말로는 煩蒸(번증), 煩歊(번효), 盛夏(성하), 燎夏(요하), 溽暑(욕서), 霖熱(임렬), 酷暑(혹서) 등 많은 용어가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연중 가장 무더운 때를 Dog days로 표현한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더위를 표현하는 말이 많은 걸 보면 우리 서민들에게는 여름나기가 겨울나기보다 힘들기 때문은 아닐까요?
탁족 놀이를 겸한 川獵(천렵)으로 여름 한더위를 이겨내자는 의미에서 茶山(다산) 丁若鏞(정약용)의 둘쩨 아들 丁學游(정학유)의 農家月令歌(농가월령가) 중 일부를 띄워드립니다. 댁내도 두루 평안하십시오.
“數罟(촉고 : 촘촘한 그물)를 둘러치고 銀鱗玉尺(은린옥척 : 월척의 은빛나는 물고기) 후려내어 磐石(반석 : 넓고 편편한 돌)에 노구(爐口 : 놋쇠나 구리로 만든 작은 솥) 걸고 솟구쳐(빠르고 세게) 끓여내니 八珍味(팔진미 : 진귀한 여덟 가지 아주 맛좋은 음식) 五侯鯖(오후청 : 매우 맛있는 고기와 생선)을 이 맛과 바꿀 소냐”
단기 4357년 7월 30일 대구에서 抱民 徐昌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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