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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졌소이다'

이종육[소 운(素 雲)] 2025. 4. 8. 14:43


          '내가 졌소이다'

옛날 중국 어느 시골 마을에 살던 노인이 큰 성에 볼 일이 있어서 나귀를 타고 집을 나섰다. 

성에 도착해 나귀를 끌고 걷다가 어느 집 문패를 보았는데 
거기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장기를 잘 두는 사람이 사는 집!’

노인은 그 집 문을 두드렸다.
"어떻게 오셨소?" 

"집주인과 장기를 한판 두고 싶어서 왔소" 이윽고 젊은 주인과 노인이 마주 앉아 장기를 두는데 주인이 내기를 제안했다.

"그냥 두면 재미가 없으니, 진 사람이 스무 냥을 내면 어떻겠소?" 

그거 좋소이다!" 

그리하여 판돈 스무 냥을 걸고 장기를 두는데, 노인이 쩔쩔맸다.

"어르신 장을 받으셔야지요." 
"과연 장기를 잘 두시는 구려. 내가 졌소이다"

"그러면, 약속대로 스무 냥을 내시지요..." 
"내가 약속은 했지만, 
지금 수중에 돈이 없소. 

대신 내가 타고 온 나귀가 오십 냥 가치는 되니 나귀를 받아주면 안되겠소?"

젊은 주인은 생각지 않았던 나귀를 얻게 되어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당장에 우리를 짓고 
나귀를 씻기고 멋진 안장을 만들어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 그 노인이 다시 찾아왔다.

"장기를 한번 더 두고 싶소이다.
이번에는 돈을 가져왔으니, 내가 지면 스무 냥을 내고 이기면 대신 나귀를 찾아 가겠소이다.

‘옳거니 저 나귀에다 
이번에는 공돈 스무 냥’ 
주인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다시 노인과 주인이 마주 앉아 장기를 두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찌 된 일인지 젊은 주인이 노인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생땀을 흘리며 안절부절 못하다가 결국은 지고 말았다.

"제가 졌소이다." 
"그럼 약속대로 나귀를 몰고 가도 되겠소이까?"

깨끗하게 목욕시켜고 
새 안장까지 깔아 놓았는데, 나귀를 돌려주려니 집주인 마음이 떨떠름했다.

하지만 내기에 졌으니 약속대로 나귀를 내어 줄 수밖에 없었다.

노인이 나귀에 올라타 길을 떠나려 하자 젊은 주인이 노인을 다급히 불러 세웠다.

"잠깐만요! 지난번에는 어르신이 수가 많이 모자랐는데,
대체 어떻게 장기를 잘 두게 되었소이까?"

     ☆

     ☆

노인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100리쯤 떨어진 시골에 사는데, 관가에 볼 일이 있어 왔다가 관가 입구에 '나귀를 타고 들어올 수 없다'는 방을 보고 어디 나귀 맡길 데가 없나 염려하다가 마침 주인장 집 문에 쓰여있는 글을 보고 장기를 지면 이 집에 맡겨둘 수 있겠다 싶어서 장기를 졌소이다. 

그리고 이제 일을 다 봤으니 나귀를 찾아가려면 장기를 이겨야 하지 않겠소이까?"

젊은 주인은 기가 막혔다.
일주일 동안 나귀만 잘 돌봐준 것이었다.

집주인은 얼굴이 빨개져 노인이 멀리 가자마자
‘세상에서 제일 장기를 
잘 두는 사람이 사는 집’ 이라는 문패를 뜯어내 던져버렸다.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잘나고 
똑똑한 줄 안다.

그러나 그것은 
더 잘나고 똑똑한 사람을 만나보지 못한 착각에 불과하다.

교만은 언젠가 화를 부른다.
자만심은 사람을 태만하게 만들고 태만은 실수를, 실수는 실패를 부르기 때문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아야 겸손하고 다른 사람에게 
배울 수 있다.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다.

당신은 이 순간에도 문패를 달고 사는 것은 아닐까요? 

겸손하고 늘 자신을 살핍시다.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습니다

늘 겸손한 자세를 잊지 않고 사는 시간 되었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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