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24
24년 12월의 시작과 한 해의 마지막 달을 보내며
그 겨울의 시
박노해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P.S.
비움달 12월에 만난
박노해의 시가
우릴 따뜻하게 합니다.
추운 겨울에 우린
한편의 시로도
이렇게 훈훈할 수 있는데
무얼 그리 움켜잡으려고
분주한가?
마음을 비우면
외로운 이들이 보이고
몸을 비우면
가난한 이웃들이 보인다.
위대한 시인의 탄생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할머니의 그 따뜻한 마음에서
시인의 시는 시작되고 있었구나.
12월엔 안부라도 묻고 살자.
정신없이 살다가 덜커덩 서면 얼마나 아쉽겠나?
그리운 사람은 만나자.
12월이 다 가기 전에
그리운 사람은 안부를 묻자.
잘 지내냐고
아프진 않냐고
제발 아프지 말고 잘 지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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