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 은 글

호박꽃~변재영!!

이종육[소 운(素 雲)] 2024. 8. 14. 13:49

호박꽃~변재영!! - 
 
신념의 꽃이 있다. 옥토와 박토를 고집하지 않는다. 논두렁 밭두렁 이면 어떠랴. 햇빛 한 줄기 드는 곳이면 쇄석 자갈밭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 뼘의 빈 땅만 허락하면 가나안의 복지인 양 바득바득 덩굴손을 뻗어 꽃을 피운다. 인심 넉넉한 외할머니 를 닮은 꽃, 담장 위에 노란 별로 뜨는 꽃이 호박꽃이다.

​내겐 어머니가 둘이다. 살을 주신 어머니는 내가 일곱 살일 때 병마로 하늘의 별이 되셨고, 지금은 키워 주신 새엄마와 다복하게 살고 있다. 

내게 어머니란 존재는 포근함도 친숙함도 아니다. 그것을 훌쩍 뛰어 넘는다. 한 분은 영원한 그리움이고, 
한 분은 갚을 수 없는 고마움이다.

​새엄마는 혼기를 놓친 노처녀였다. 
겨우 밥걱정이나 면한 살림에 꼬질 꼬질한 강아지 넷이 딸린 홀아비 에게 생의 전부를 걸만 했을까. 

사람들은 쯧쯧 혀를 찼다. 지나칠 정도로 과묵한 새엄마는 실한 엉덩이를 빼면 볼품이 없었다. 
우묵주묵한 뱃살, 자유분방한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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