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시인 김삿갓 1-17 회 선천 방어사(宣川防禦使)로 이름을 날려 오던 시아버님 김익순(金益淳)이 역적으로 몰려 참살을 당한 것도 홍경래 난 때문이었고, 남편 김안근(金安根)이 젊은 나이에 울화병으로 조사(早死)한 것도 홍경래 난 때문이 아니었던가. 그러한 일들은 가문의 치욕이 아닐 수 없기에, 이씨 부인은 그러한 과거를 아이들에게만은 철저하게 비밀을 지켜 왔었다. 그런데 아들 병연이가 느닷없이 홍경래의 말을 끄집어내고 있으니 이 무슨 일인가. 이씨 부인은 아들에게 놀란 빛을 보이지 않으려고 짐짓 태연한 안색을 꾸미며 묻는다. 「너는 운수 좋았던 얘기를 하다 말고 별안간 홍경래 얘기는 왜 집어내느냐.」 어머니의 눈치를 미처 깨닫지 못한 아들은 예사롭게 이렇게 대답한다. 「어머니, 그런 게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