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랑시인 김삿갓 1-27 회 단순한 주광(酒狂)으로만 알고 있었던 취옹 노인에게 그와같이 고답적인 풍류가 있음을 알고, 김병연은 머리가 절로 수그러질 지경이었다. 「선생이 그런 아취를 가지고 계실 줄은 미처 몰랐읍니다. 그렇다면 선생은 도인(道人)이 아니십니까?」 「에끼 이사람! 진짜 도인이 들으면 앙천 대소(仰天大笑)를 하겠........ 그건 그렇고, 도대체 자네는 어디로 가는 길인가.」 취옹 노인은 김병연의 행세를 아래위로 눈여겨 보며 다시 한번 캐어 묻는다. 김병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솔직하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실상인즉 마음에 괴로운 일이 생겨서 술을 마시려고 취옹정 을 찾아오던 길이었읍니다.」 「아 그래? ...... 취옹정에 오던 길이라면 마침 잘 만났네. 나하고 같이 내려가서 괴로움을..